[르포] 국내 보험사들의 新시장 인도네시아를 가다
[르포] 국내 보험사들의 新시장 인도네시아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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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금융감독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70년대 중반의 보험가입률, 80년대의 의식과 경제구조, 2000년대의 금융규정, 1950년대와 21세기의 생활상이 공존하는 곳'

지난 6일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현정섭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장과 김경석 삼성화재투구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특히 수도 자카르타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면적 190만㎢, 인구 2억5300명의 인도네시아는 25세 이하 인구비중이 50% 이상으로 청년층이 저력을 갖고 있는 젊은 대국(大國)이다. 국민 1인당 보험료납입액은 약 56달러 수준이며 보험침투도와 보험밀도가 각각 1.6%, 56.2달러에 불과해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네시아에는 삼성화재(1996년, 현지법인)·LIG손해보험(1997년, 현지법인)·메리츠화재(1998년, 현지법인)·동부화재(2011년, 사무소)·한화생명 (2012년, 현지법인) 등 총 다섯 개의 국내 보험사가 진출해 있다. 국내와 다른 영업환경, 미비한 법체계 등의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그곳에서 금융한류를 뿌리내리기 위해 땀 흘리는 보험인들을 찾아가봤다.

현정섭 한화생명 법인장과 김경석 삼성화재투구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자리 잡기 위해선 '현지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법인장은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가 일상생활에 그대로 녹아있다"며 "근무시간 중 인도네시아 직원들이 사용하는 기도시간, 흡연시간을 모두 합치면 최대 2시간 반인데 이를 모두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리치거나 화를 낸다거나하는 일은 절대 금물로,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돼야 인도네시아에서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처럼 나라에서 운영하는 의무보험제도가 없다. 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영역이 엄격하게 나눠져 있어 제 3보험이란 개념도 없다. 세계 7대 자동차 시장으로 차량등록대수가 1900만대를 넘어섰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화가 아니다. 전체 차량 중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차량의 비율은 20% 정도로 이마저도 자차담보에만 집중돼 있다.

판매채널의 경우 보험대리점(49%)과 방카슈랑스(33%)가 주력 채널이다. 이 중 방카슈랑스는 7~8년 정도 전에 도입됐는데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돼 이제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진출은 필수가 됐다. 국내 보험사의 경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은행과 인도네시아 내 중소은행을 먼저 공략한 후에 기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은행과 보험사들의 계약이 끝나기를 기다려 대형 은행과의 계약을 시도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가 단 시간에 따라잡은 서양 선진국들의 긴 선진화 과정을 인도네시아는 더 짧은 시간 안에 따라잡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상당하다. 금융상품이나 금융제도는 선진국의 것을 모두 들여왔으면서도 실제 적용방식이나 구체적인 시행령·규칙 등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김 법인장은 "인도네시아는 이차손(보험사 자체의 이율이 고객에게 내주는 이율보다 낮아서 생기는 손해)에 대한 이해조차 잘 갖춰져 있지 않은 보험사가 다수"라며 "RBC비율 권고안은 120%로 맞춰져 있는데도 이를 지키지 못하는 로컬 보험사가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그에 대해 어떠한 책임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으며 금융당국의 압박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한국의 보수적인 규칙·규정을 빠짐없이 지켜야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학연·지연·혈연 외에도 언더테이블 머니(뇌물)가 보편화 돼 있어 규정위반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들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6월을 기준으로 삼성화재는 전년 동기 대비 3억1800만3000달러의 자산 증가율을 보였다. 그 뒤를 LIG손보(8300만1000달러), 한화생명(2800만6000달러), 메리츠화재(200만7000만달러)가 이었다. 특히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18개 외자계 보험사 중 3위(삼성화재), 10위(LIG손보), 12위(메리츠화재)를 기록해 소폭이나마 이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의무화라는 '빅뱅'까지 더해지면 손해보험시장에서 국내 보험사들이 입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고도화된 언더라이팅 기술, 여러가지 선진 서비스 등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생명의 경우 2013년 10월부터 보험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성과를 평가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두 법인장은 인도네시아가 한국의 금융제도를 가장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금융감독청(OJK, Otoritas Jasa Keuangan)의 해외교류는 한국과 가장 활발하다. 인도네시아 손해보험협회와 한국의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012년 MOU(업무협약)를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권의 우려와는 달리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바라보는 한국의 위치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국내 보험사들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김 법인장은 "인도네시아가 하나의 보험 제도를 시행한다고 했을 경우, 가장 많은 질의를 하는 곳이 바로 한국 보험사"라며 "이제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에서 '한국 보험사가 우리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과 지속적인 만남과 교류, 의견교환 등을 통해 함께 개선점을 찾고 있으며 이는 결국 한국 보험사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으로 발전된다는 설명이다. 당장의 실적은 크지 않더라도 이후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보험사들은 적잖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유리하다.

현 법인장은 "저희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모든 국내 보험사들이 나라를 빛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발전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보험산업의 이익창출은 최소 10년 이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무적인 일은 인도네시아가 한국의 금융권, 특히 보험산업을 선진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인 벤치마킹을 펼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금융 선진화의 표준모델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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