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건설시장 재개방 임박…하반기 수주전 불붙는다
이란 건설시장 재개방 임박…하반기 수주전 불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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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건설사가 시공 중인 한 해외 정유 플랜트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 DB)

핵협상 연내 타결 가능성…올해 예상 발주금액 60조원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연내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면서 이란 건설시장이 다시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 건설시장에서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50억달러가 넘는 사우스파 가스 플랜트를 시공하는 등 시공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어 시장 재개방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란과 주요 6개국(UN안보리 5개 상임국+독일)은 지난 2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수일간 지속된 마라톤협상을 마무리하고 잠정적 합의에 도달했다.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포함한 최종합의안은 6월 말 도출될 예정이며 연내 최종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당초 지난달 말까지로 예정돼있던 협상 마감시한을 넘겨서까지 잠정합의안이 마련됐다는 것은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미국 공화당 및 이란 강경파의 반대와 세부조건 합의라는 큰 산이 남아있긴 하지만, 어느 때보다 이란 경제제재 완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판단했다.

이란 핵협상 타결에 국내 건설사들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중동 8위권 규모의 해외건설시장이 재개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란은 국내 해외건설시장 중 6위권인 주요 시장이었다. 1975년 첫 진출 후 현재까지 이란에서만 88건을 수주했고 총 누적 수주액은 12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경제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신규 수주가 중단됐다. 실제로 지난해 중동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따낸 일감은 전체 해외시장의 절반(47.5%, 313억5000만달러)에 육박했지만, 이란에서는 고작 949만7000달러(0.03%)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수익성이 좋은 대형 산업설비가 아니라 일회성 부스 설치 등이 전부였다.

협회 관계자는 "이란 인구는 8000만명으로, 중동에서 이집트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큰 시장이며 가스·석유 자원이 풍부한 지정학적으로도 요충지"라며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수주전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란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신뢰가 높다는 점이 건설시장 재개방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이유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은 2002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사업에 참여, 58억5200만달러 규모의 수주고를 올린 바 있다.

당시 현대건설은 어려운 공사 여건 속에서도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의 공기를 1개월 앞당겨 제품을 생산, 이란 국민총생산(GNP)을 2% 상승시키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이에 당시 이란 대통령이 현대건설을 시공능력을 극찬할 정도로 시공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의 시공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가운데 올해 이란의 예상 발주금액이 60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지면서 그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동지역 경제 전문지 MEED에 따르면 이란은 올해 석유와 가스 분야에서 각각 25조원, 31조원을 발주할 계획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 건설사들의 경우 우수한 시공능력과 이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컨소시엄 결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핵협상이 완료되는 하반기 이후 이란 발주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추가 해외건설 수주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 역시 이번 협상 타결을 예의주시하면서 신규 수주 참가 가능성을 타진키로 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번 협상 타결로 경제제재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동발 훈풍이 기대된다"며 "아직 현지사무소가 철수하지 않고 이란에 남아있는 것 등이 타 건설사에 비해 수주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지 지사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GS건설 관계자는 "경제제재 전 사우스파 가스전 탈황설비 공사와 관련, 투자의향서(LOI)까지 받아놓고도 제제로 수주를 포기한 일이 있다"며 "제재가 풀리면 본격적으로 사업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석유회사들이 벌이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모니터링하면서 신규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며 "건설이 활기를 되찾는 도화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란 경제제재가 완화될 경우 에너지 관련 설비투자부터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제재 기간 동안 투자 감소, 유정 노화, 관리 부실 등으로 생산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제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선행되고 이후 신규 유전·가스전 개발 순으로 플랜트 발주가 확대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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