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新실크로드', 국내 건설업계 '단비' 될까
AIIB '新실크로드', 국내 건설업계 '단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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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 대규모 사업 참여 기대
해외 건설사와 경쟁 격화 우려도

▲ 국내 한 주택건설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참여키로 결정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외수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시아에서 우리 업체의 사업 기회가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유럽 등 해외 유수의 건설사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대형 건설사 중심 수혜 기대"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IIB 창립회원국 신청이 지난달 31일 자정을 기해 마감됐다. 우리나라를 포함, 중국에 AIIB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국가(예정창립 회원국 포함)는 모두 47개국으로 집계됐다. 최종적으로 창립회원국 지위를 획득하는 국가는 약 2주간의 심사를 거쳐 이달 중순께 확인될 전망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시설 투자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현재 세계은행(WB)과 ADB 등 기존 국제개발은행은 투자자금으로 연간 100억달러를 제공하고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인프라투자은행을 표방하고 있는 AIIB는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이 있다. 중국은 AIIB 자본금 규모를 500억달러에서 시작해 100억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AIIB 설립으로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발전·철도·도로·항만 등 SOC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이 항만·철도 등 대형 인프라 공사를 수행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아시아시장 본격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시아는 중동 다음으로 국내 건설사의 수주 비중이 높아 건설사 입장에서는 중요 지역이다. 지난해 주요건설사들의 3분기 보고서 수주잔고를 살펴보면 건설사별 아시아 비중은 △대림산업 45% △현대건설 42% △삼성물산 32% △GS건설 32% △삼성엔지니어링 31% △대우건설 18% 등이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AIIB는 기존 아시아 수주시장에서 실적을 쌓던 국내 건설사들에게 호재"라며 "비록 중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AIIB는 국제개발은행을 추구하고 있어 회원국에 공정한 수주 기회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AIIB 지분율만큼 국내 건설사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대형건설사가 아시아 진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대형건설사 중심의 수혜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 "국내 업체 유리" vs "中 건설사 입김 세져"

특히 기대되는 부분은 지난달 폐막한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이 중앙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잇는 新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면서다.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중동을 아우르는 글로벌 경제권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철도 및 항만 건설 등 교통 인프라 구축에만 십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개발과 관련된 자금 지원은 차관발행을 통해 이뤄진다. 개발도상국이나 新실크로드로 연결되는 국가에서 도로, 철도, 댐 등을 건설하면 사업 타당성 검증을 거쳐 AIIB에서 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자금지원시스템을 살펴봤을 때 AIIB 회원국가의 건설업체들에게 대형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이 부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실 ADB가 차관을 내준 공사는 입찰이 진행될 때 일본 업체에 유리한 조건들이 많이 붙었다"며 "AIIB 지원을 받는 공사 발주가 늘어나면 동남아 지역에서 우리나라 업체가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개도국의 투자개발형 사업 참여에 가장 큰 장애물이 자금조달 문제였다"며 "AIIB를 통해 토목·건설 사업에 자금이 지원되면 국내 기업의 참여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주도의 AIIB 출범으로 아시아 지역 내 중국건설사의 입김이 세지는 것은 우리 건설업계의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중국 주도로 흘러가고 중국 건설사의 파워가 커지면 과연 우리 건설사가 중국과 수주경쟁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막대한 투자자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건설사들도 아시아 인프라 시장으로 눈을 돌려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경신 해외건설협회 실장도 "현재 일본·미국 주도의 ADB가 있지만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관심·역량 부족 등으로 참여가 저조했다"며 "앞으로 국내 기업의 참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투자개발사업에 대한 기획·건설·운영 등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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