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끔찍해지는 보험사기…가구당 '20만원' 비용발생
날로 끔찍해지는 보험사기…가구당 '20만원' 비용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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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 사채업자 A씨는 채무자 B씨와 공모해, 또 다른 채무자 C씨에게 수면제를 탄 막걸리를 먹인 후 목 졸라 살해했다. 이들은 사체를 인근 바다에 유기하고 허위 실종신고를 해 C씨의 보험금 1000만원을 타내려고 시도했다.

# D씨는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아내 E씨를 다수의 보험상품에 가입시켰다. 이후 D씨는 승용차에 부인을 태우고 고의로 후진해 바다에 빠졌고, 임신한 아내 E씨만 홀로 숨졌다. D씨는 운전미숙에 의한 차량 추락사고로 위장해 아내의 사망보험금 45억원을 챙겼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 규모는 연간 3조4000억원(2010년 기준)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가입자들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약 27조4000억원의 12.4%에 달하는 규모로, 누수된 보험금은 1가구당 20만원, 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메꿔진다.

최근 보험사기는 조직화·지능화·대규모화·흉포화되는 추세로, 살인·방화 등 반인륜적인 중범죄와 연계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 보험사기범 절반 이상 '벌금형'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형법 내에 보험사기만 특정해 서술하는 항목은 없다. 다만 형법 347조에 의해 '사기'로 분류,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그에 따른 처벌마저도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7~2012년 동안 보험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은 피의자 1578명에 대한 선고형은 벌금형 806명(51.1%), 집행유예 415명(26.3%), 징역형 357명(22.6%) 순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인 벌금형은 계속 증가(2007년 28.4%→2012년 51.1%)하는 반면, 그보다 무거운 처벌인 집행유예(2007년 46.9%→26.3%)와 징역형(2007년 24.7%→2012년 22.6%)은 계속 감소해 처벌이 약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 그래픽 = 서울파이낸스

보험사기범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처벌은 보험금 편취를 위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심화,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 저하를 초래해 보험사기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사기죄' 또는 '보험사기 처리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보험사기죄 신설'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이에 앞서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도 보험사기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개정안 과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을 내높은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의 시행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이 내놓은 법안들은 2년 가까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기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과 보험사기 발각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의 확산은 (보험사기에 관한) 기대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금융당국도 대책마련 분주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한 금융당국도 보험사기 대응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해 7월 발표한 '보험사기 근절 대책'의 구체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보험개발원으로 나눠져 있던 보험 계약 관련 정보들이 내년 '종합 신용정보집중기관'에 모이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체국·새마을금고·신협·수협 등 4대 공제회의 정보도 함께 다뤄져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좀 더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보험사기방지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을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인사개편을 통해 보험사기 조사인력을 25명으로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기존 1팀으로 운영되던 보험사기 특별조사팀은 1·2팀으로 확대됐다.

특별조사 1팀은 소위 '나이롱환자'로 불리는 허위·과다입원 보험사기와 의료인, 보험설계사 등과 결탁해 저지르는 지능적 보험사기를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특히 보험사기와 관련성이 큰 '사무장병원'을 중심으로 병원에 대한 기획·세무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특별조사 2팀은 정비업체 및 렌터카와 관련된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차량을 이용한 보험사기는 전체 보험사기의 70~80%에 해당하는 유형으로, 최근엔 외제차와 관련 보험사기가 급증함에 따라 중요도가 더욱 높아졌다. 2팀은 외제 렌터카와 관련된 미수선 수리비에 대한 보험사기를 전담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 중 금액과 규모가 큰 항목들을 장기적·체계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다만 특별조사 1·2팀 포함한 '특별조사 부서'의 신설은 여러가지 제약조건이 있어 아직까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

전문가들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범들은 범죄경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과가 없는 보험사기범의 비율은 2007년 87.0%에서 2012년 90.1%로 증가했는데, 이는 보험사기가 특정 직업이나 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우리나라 10명 중 3명은 보험사기에 대해 관대한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연구원이 성인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4.3~35.8%가 각 보험사기 행위를 항상, 대부분, 또는 가끔 용인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24.3%는 보험금을 받기위해 작업장에 고의로 화재를 내는 행위까지 용인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와 충격을 줬다.

이와관련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저위험 고수익의 구조적 특성과 모방범죄의 가능성 때문에 보험범죄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보험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이렇게 하면, 이런 정도면 나는 잡히지 않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가입자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보험사기의 피해자는 단순히 보험사가 아니라 모든 국민으로 확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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