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다양성+독립성…'달라진' 금융지주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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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모범규준 효과…우리·NH농협 '정피아' 논란 지속

▲ 그래픽 = 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 이은선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사외이사 물갈이에 나선 가운데 전문성과 다양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충실히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금융지주의 경우 과거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권+마피아)' 논란에 휩싸였다.

◇ 경쟁사 출신도 적극 영입…다양성 강화

지난해 금융사 지배구조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KB금융은 작심하고 큰 변화를 꾀했다. 특히 다른 금융지주들의 후보군 마련 경로가 단순히 전임 사외이사의 추천으로 국한된 데 비해, KB금융은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대표를 다수 거친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을 전격 영입한 것은 금융권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적장'을 영입해서라도 이사회 내의 금융인 비율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경쟁사 출신을 막론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영입한 덕에 사외이사진 출신 분포도 크게 개선됐다. 전임 사외이사들이 교수 일색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금융인부터 기업인, 학자가 골고루 분포된 것.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은 기존 6명에서 3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교수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구성됐다.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국내 유수 금융사에서 최고준법감시인으로 재직한 법학 전문가이며, 한종수 이화여대 회계학과 교수는 회계 분야에서 실무와 자문 경력을 두루 쌓은 회계학 전문가다. 전임 사외이사 대부분이 '서울대', '경영학과'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른바 '적장' 출신을 이사회로 영입한 것은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새로 바뀌는 4명의 신임 사외이사 가운데 2명이 경쟁사 출신 금융인이다.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과 양원근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그들이다. 여기에 나머지 2자리도 홍은주 전 iMBC 대표이사(언론인), 윤성복 전 KPMG 삼정회계법인 대표이사(회계 전문가)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채워진다.

특히 일부 지주사 사외이사들에게 주요 자회사인 하나은행, 외환은행 사외이사 자리를 겸직시킨 것이 눈에 띈다. 지주사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인배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이 올해부터 각각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하게 된 게 대표적이다. 현재 하나금융의 가장 큰 경영 현안인 '은행 통합'을 수활하게 하기 위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외이사들을 겸직시켜 조직 장악력과 경영 연속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옛 재무부·당국 출신과 한국은행, 법조계 등 특수성을 지닌 다양한 계통의 출신 인사들을 추천해 통화정책과 금융 규제, 세법 대응과 준법경영, 금융투자업 전문가를 고루 포진시켰다.

다만 재일교포 주주 측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총 8명의 사외이사 추천군 중 고부인 전 동경한국상공회의소 부회장, 히라카와 유키 히라카와 산업개발 주식회사 대표 등 2명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여론을 의식해 추천된 것으로 보인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같은 신한지주 사외이사 인선에 대해 "약 17%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재일교포 주주들의 일부가 통일된 의사결정 및 경영권 보호 행사를 해왔다"며 "이들을 대표하는 이사는 현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BNP파리바 관계자가 1명씩 배정되는 것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추기는 어려운 인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이들 이사가 국내외를 오가다보니 출석률이 좋지 못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필립 에이프릴 BNP파리바 일본 대표를 추천한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 리테일부문 본부장은 2013년 이사회 출석률이 75%에 불과했고, 지난해 역시 총 8회 중 6회의 이사회만 참석했다. 올 3월까지 사외이사를 맡는 히라카와 하루키 이사 역시 이사회 8회 중 6회만 참석했고, 고부인 이사는 8회 중 5회 참석에 그쳤다. 이만우·이상경·김석원·권태은·남궁훈 이사 등은 전회 참석한 것과 대조된다.

◇ 野 "서금회 등 앞세워 신관치 금융"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와 합병한 우리은행은 사외이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리은행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올해 주주총회에 제안한 4명의 신규 이사 중 3명이 정치권 유관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모범규준에서 규정한 '독립성' 및 '전문성'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인사라는 평가다. 올해부터 사외이사직을 한명 늘린 점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사추위가 신규 추천한 정한기 호서대 교양학부 초빙교수는 이광구 행장이 활약했던 사조직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의 고참 멤버로, 서금회 회장인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의 2년 선배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때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공천 신청을 한 이력도 있다.

함께 추천된 홍일화 여성신문 우먼앤피플 상임고문도 1971년 국회위원 비서관을 시작으로 옛 한나라당 부대변인,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의 부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6월에는 KDB산업은행 사외이사에 선임돼 '정피아' 인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누리당 소속 이승훈 청주시장의 부인이다.

이들 인사를 추천한 사외이사 역시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 정한기 교수를 추천한 최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도보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사무총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정책자문그룹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홍일화 고문과 천혜숙 교수를 추천한 오상근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도 보수·우익성향의 친박계열로 분류되는 뉴라이트 출신 인사다. 최강식 교수와 오상근 교수 모두 이번에 연임이 결정되면서 총 사외이사 6명 중 다섯자리를 정권 및 정계 관련 인사가 꿰차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3일 "관피아 척결을 외치던 정부가 청피아, 정피아, 서금회를 앞세워 신관치금융을 하고 있다"며 "(우리은행에) 서금회 출신 행장으로도 부족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정피아 출신으로 선정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1조원 배당' 논란 당시 사외이사들을 통한 로비의혹으로 곤혹을 치뤘던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주총을 열고 정기홍 전 금감원 부원장과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1년씩 연임시켰다.

6명 중 4명이 관료출신인 편중된 구조를 그대로 꾸려가기로 한 것이다. 연임된 두 이사 외에도 권태신 전 재경부 차관과 이광주 전 감사원 정책자문위원장(전 한은 부총재보) 등이 관료 출신 이사로 꼽힌다. 그나마 1명은 경영자와 관련된 SC은행의 전임 행장 데이비드 에드워즈 이사다. 전영순 중앙대 경영학 부교수만이 학계 출신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간 '관피아 척결 무풍지대'라는 지적을 받았던 NH농협금융지주도 이번 논란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전체 사외이사 4명 중 3자리가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전홍렬 전 부원장은 재무부 이재국·증권국, 국무총리실 규제개혁담당 과장을 거쳐 2005년부터 약 4년간 금감원 부원장을 맡은 전형적인 관료 출신이다. 신규 선임된 민상기 서울대 명예교수를 제외하면 김준규 전 검찰총장, 손상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 사외이사 전원이 고위 관료와 금융당국 출신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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