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김없는 금융권 인사외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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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청와대나 정치권에서 자꾸 금융사 인사에 개입한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금융위원장이 책임지고 정치금융 막을 수 있겠어요?"

최근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한 정무위원회 의원이 질문한 내용이다. 질문의 대상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 그런데 어딘가 익숙하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와 국정감사 등에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수차례 들었던 물음과 동일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당시 신 위원장은 "관피아가 산하기관에 내려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서금회 낙하산 논란은 소문에 불과하며, 당국이 (금융사) 인사에 개입한 적도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폭풍같았던 'KB 사태'가 마무리되고, 금융사마다 신임 CEO들이 새롭게 자리를 채우고, 금융위원장이 바뀔 때까지도 국내 금융사들의 '인사외풍'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금융사 지배구조 논란의 단초를 제기했던 KB금융이 시끄럽다. KB금융은 최근 야심차게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고, 신규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놨다는 평가까지 두루 얻고 있다. 지난해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얻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복병은 외부에 있었다. KB금융 사장과 KB국민은행 감사 자리를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청탁이 들어오는 탓에,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취임한지 석달이 넘었는데도 인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앞서 윤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인사 청탁은 일체 안받겠다"고 강조해 왔다.

KB캐피탈 사장 자리에 앉은 박지우 전 KB국민은행 부행장을 두고도 말이 많다. 박 부행장이 지난해 'KB 사태'의 핵심에 있었다는 점 때문에 한동안 현직에 복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부행장이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회장을 6년 동안이나 맡았다는 점이 공교롭다. 이 또한 '정피아'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은행도 정피아 논란이 한창이다.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와 연관된 인사들을 신임 사외이사로 앉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취임 당시 일었던 정피아 논란의 2막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민간 금융기관에 대한 인사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 소신을 관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확언했다. 또 청와대와 정치권의 인사 개입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위원장 자리가 한 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그대로였던 질문이, 내년 국정감사, 혹은 차차기(次次期) 금융위원장 청문회 자리에서도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임 내정자의 인사 신념이 실현될 수 있을지 금융권의 시선이 금융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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