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거래 급증…매매가 '들썩'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거래 급증…매매가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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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지난달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설 연휴가 끝난 뒤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최근 보름새 호가가 1000만~3000만원 이상 뛰고 지난달 거래량이 예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동시에 몰리고 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설 이후 매매가가 1000만~2000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 36㎡의 경우 지난달 설 연휴 직전 6억~6억1000만원이던 것이 현재 6억2000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설 연휴 직전 6억8000만~6억9000만원이던 43㎡는 현재 7억원을 호가한다. 49㎡는 지난달 초 8억1500만원까지 떨어졌으나 현재 8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도 최근 거래가 크게 늘면서 호가가 강세다. 이 아파트는 최근 사업승인 인가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몰리면서 매매거래가 활발하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둔촌주공의 경우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거래가 늘기 시작해 닷새간의 연휴에도 2월 한달간 50~60건이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수요가 많은 둔촌주공 4단지 112㎡의 경우 지난달 초 8억2000만~8억3000만원이던 것이 지난주 8억5000만원에 팔린 이후 현재 8억5000만~8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가격이 약세를 보였던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역시 설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지난달 설 연휴 전까지 거래량이 6건에 불과했지만 연휴 직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일주일 거래량이 8건으로 늘었고 3월 첫 주에도 5건이 팔렸다. 이 아파트 112㎡의 경우 설 전에 10억7000만~10억8000만원이던 것이 최근 11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실제로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설 연휴 이후 확실히 상승폭이 커진 모습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 2주간 재건축 아파트값이 0.31% 오른데 비해 설 연휴 이후 2주간은 0.60%로 상승폭이 두 배로 커졌다.

반면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아파트는 설 연휴 직전 2주간 0.10%, 설 이후 0.16%로 비교적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재건축 아파트가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늘고 가격이 뛰는 것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연한 단축 등 대대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로 사업여건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수익성이 과거보다 좋아지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이 빨라지고 이로 인해 재건축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는 것이다.

개포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살던 집을 처분하고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해 3~4년 뒤 입주를 하겠다는 실수요자와 자녀 증여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고,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적당한 때 팔고 나가려는 투자수요도 있다"며 "추가부담금이 실거부 여주를 최종 결정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최근 재건축발 전셋값 상승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4단지, 서초구 한양·한신5차,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의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개포주공1단지나 둔촌주공, 잠실주공5단지 등 아직 이주계획이 없는 재건축 단지로 전세입자들이 유입되고 이로 인해 이들 아파트의 전셋값이 뛰면서 초기 투자비 부담이 낮아지는 것이다.

잠실동 J공인 대표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최근 전셋값이 최고 4억원까지 오르면서 대출 2억~3억원을 끼고 현금 5억~6억원 정도 투자해 집을 사두는 사람이 많다"며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절반씩 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 수요가 늘면서 당분간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과거 부동산 활황기처럼 추격매수가 강하지 않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주택시장은 가격이 오르면 매수세가 관망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구입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거래량 증가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르진 않고 있다"며 "다만 정부의 규제완화로 재건축아파트가 유망투자처로 부상하면서 재건축을 앞두고 있거나 사업추진이 원활한 단지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 정책이 지금처럼 재건축시장에 유리하게 유지된다면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실수요자가 많기 때문에 가격 상승폭은 가팔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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