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중개수수료' 지지부진…커지는 거래절벽 우려
'반값 중개수수료' 지지부진…커지는 거래절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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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부동산 중개보수(옛 중개수수료) 체계 개편안이 강원도를 제외한 16개 광역시·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주택거래를 미루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칫 광역단체 의회에서 조례 통과가 지연될 경우 봄 이사 성수기를 앞두고 거래 공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서울시의회 결정에 '촉각'

24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오는 25일 시작되는 임시회에서 '서울시 주택 중개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심의한다.

앞서 지난 13일 시는 정부의 권고안을 그대로 담은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보냈다. 해당 조례의 관할 상임위원회인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내달 2일 조례 개정안을 심의·의결한다.

국토부 권고안은 매매 거래시 6억~9억원 구간, 전·월세 거래시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하면서 중개보수 요율을 각각 0.5% 이하, 0.4% 이하로 낮춘 내용이다.

그동안 매매시 6억원 이상이면 최고 요율(0.9% 이하에서 중개사와 중개의뢰인이 협의해 결정)이, 임차시 3억원 이상이면 최고 요율(0.8% 이하에서 협의 결정)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신설된 가격구간의 주택을 거래할 때 임차인(세입자)·임대인(집 주인)의 부담이 종전보다 최대 절반 수준으로 줄게 된다.

이번 서울시의회의 결정은 다른 지자체의 결정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은 이번 개편안이 겨냥하고 있는 중고가 주택이 몰려 있어 이번 조례 개정의 파급효과가 가장 큰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매매가 6억~9억원 주택의 비중은 지방의 경우 0.2%인 반면 서울은 16.6%에 달한다. 전셋값 3억~6억원 주택의 비중 역시 지방은 0.6%에 불과하지만, 서울은 25.4%로 나타났다. 서울 전세 아파트 네 집 중 하나는 중개보수체계가 개편되면 거래시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시는 개편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4월2일부터 바뀐 중개보수료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달 2일 시의회 상임위에서 조례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12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26일 시 조례규칙심의회에 올라가게 된다.

시 관계자는 "조례규칙심의회에서 개정된 조례가 상위법에 위반되는지 등을 검토하고 문제가 없으면 4월2일자 시보를 통해 개정 조례가 공포·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관건은 소비자-중개인 '이해관계'
심의의 관건은 소비자와 중개인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료 인하 폭을 낮추고나 기존 '상한요율'을 '고정요율(매매 9억원·임대차 6억원 이상 제외)'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개인과 소비지가 협의해 수수료를 깎을 수 있었던 것을 무조건 정해진 요율대로 내라는 것이다. 앞서 경기도의회도 협회를 의식해 고정요율을 도입하려다가 정부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한 바 있다.

중개사협회 측은 "고정요율의 필요성은 소비자단체도 인정했고 중개보수 인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강남3구에 특정된 반값 중개보수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최소한의 소득 보전 차원이며 수수료 협의 과정에서 발생할 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고정요율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반면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녹색소비자연대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부동산 거래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고정요율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어져 부동산 거래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입법과정이 지연될 경우 과거 취득세 감면 한시 인하 때와 같은 '거래절벽'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 12월 취득세 영구인하를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한시적인 감면과 종료가 잇따르면서 거래가 급감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조례를 심의한 경기도의회의 경우와 같이 조례의 내용이 수정되거나 심의가 보류될 경우 중개보수 개편 일정은 그만큼 뒤로 낮춰진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늦춰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비싼 중개보수를 계속 물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지자체가 입법과정에 속도를 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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