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M&A 은행 손에 달렸다
증권사 M&A 은행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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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자금 등 고려하면 업계 자체적으로 어려워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은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금융투자회사와 경쟁하기에는 아직 규모에서부터 밀리고 있어 합병 등을 통한 몸집 키우기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크다는 데 업계 관계자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증권업계의 자체적인 구조조정보다 앞서 은행과 금융지주사들로 인한 구조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몇 금융지주회사나 은행들이 주목할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올해 초 세종증권을 인수, NH투자증권으로 개명하고 이를 5대 증권사로 도약시킬 계획을 갖고 있는 농협은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다른 증권사 인수합병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 초에 세종증권이 서울증권의 지분을 5% 정도 보유했다 매각한 사례가 있다. 인수를 고려했다가 포기한 것이다. 이 같이 인수를 고려했던 이유는 세종증권 정도의 규모나 영업력으로는 대형증권사와 경쟁 해 우위에 올라서기 어렵다는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에도 지난해 대투증권을 인수한 후 하나증권과 증권사 합병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하나증권의 지점을 하나씩 복합점포형식으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메트릭스제도를 도입, IB 자산관리 등 미래수익에 관한 부분을 통합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근 하나은행이 하나증권의 우선주를 집중 매집, 합병 관측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증권도 매각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이제까지 보유하고 있는 부실회사들을 꾸준히 매각해왔으며 대우증권도 이 같은 선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회사를 매각하면서 대우증권만 산업은행이 계속 보유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획예산처와 감사원에서 국책은행 구조조정과 관련해 국책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에 대해서도 제도적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산업은행의 관계사인 대우증권의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감사원은 산하기관과 국책은행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정부기관이 소유한 자회사를 처분하거나 새로운 자회사를 두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우증권 매각은 불가피할 전망이며 증권업계 최대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대우증권을 매각한다면 이를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은행밖에 없다. 인수자금 마련 능력뿐만 아니라 은행이 인수할 경우 기대되는 시너지효과 또한 가장 클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민은행도 시중은행들과 금융지주사들이 대부분 증권사를 자회사를 두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금융회사와 경쟁을 위해서는 투자에서 강점을 보이는 증권사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결국 은행들이 증권사 인수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권산업 구조조정의 핵은 증권사 아닌 은행이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증권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자본시장통합법과 등으로 증권사의 효용가치가 매우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은행들이 증권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며 “증권업계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보다는 은행들로 인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참 기자 charm79@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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