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담배점유율, 29년만에 절반 아래로 '뚝'
KT&G 담배점유율, 29년만에 절반 아래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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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담배 가격인하 공세…사측 "일시적 현상"

[서울파이낸스 구변경기자] 연초부터 가격인하 경쟁에 나선 외산담배에 밀려 국산 KT&G의 시장점유율이 29년만에 처음 40% 안팎까지 떨어졌다. 무려 29년만에 안방을 내준 KT&G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2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A 편의점 업체의 지난달(1월1~29일) 매출 기준으로 담배 제조사별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KT&G는 43.2%에 그쳤다. 이어 필립모리스(24.4%), BAT(23.4%), JTI(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외산 담배의 점유율이 56.8%로 KT&G를 무려 13.6%포인트나 앞선 것이다.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KT&G의 부진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달 수량 기준 KT&G의 점유율은 38.3%, 외산은 23.4%포인트나 높은 61.7%를 기록했다. 필립모리스, BAT(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JTI(재팬 토바코 인터내셔날)의 개별 비중은 각각 21.1%, 29.8%. 10.8%로 집계됐다.

이 같은 국산, 외산 담배 점유율 역전 현상은 불과 한 달사이에 벌어진 급작스런 변화다.

실제 B 편의점의 작년 12월 점유율 조사에서 KT&G는 매출 기준 53.1%, 판매량 기준 54.5%를 차지하며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1일부터 담뱃값이 평균 80%(2000원) 오른 뒤 한 달만에 점유율이 매출 기준 6.9%포인트, 수량 기준 14%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A 편의점 통계에서도 지난달 KT&G의 시장 비중은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11.6%포인트(매출 기준), 18.1%포인트(판매량 기준) 떨어졌다.

반면 외산 담배를 제조업체별로 나눠보면 '보그' 등을 앞세운 BAT(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의 약진이 눈에 띈다. B 편의점 집계에서 BAT의 지난달 판매량 점유율(25.30%)은 한 달 사이 무려 11.2%포인트나 뛰었다. 수량 기준으로만 보면 오히려 0.8%포인트 떨어진 필립모리스(22%)를 제치고 외산 담배 1위에 오른 셈이다.

제조사별 점유율 순위가 뒤바뀐 가장 큰 이유는 외국 담배업체들의 가격 마케팅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BAT코리아는 지난달 15일부터 보그 시리즈를 갑당 3500원에 판매하는 파격 마케팅을 벌였다. 또 BAT는 오는 4일 선보이는 보그 새 패키지와 켄트 컨버터블의 가격도 국산 주요 담배보다 200원 싼 43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필립모리스 역시 지난달 19일부터 주력 제품인 말보로, 팔리아멘트 값을 4700원에서 4500원으로 낮춰 팔기 시작했다. 200원 정도였던 국산 담배와의 가격 격차를 완전히 없앤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외산 담배업체들의 가격 정책이 가뜩이나 담뱃값 인상에 충격을 받은 흡연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BAT의 경우 1월 한 달간 보그를 3500원에 싸게 팔아 인지도를 높인 뒤 다시 이달 부터 가격을 4300원으로 올리는 전략으로 경쟁사나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KT&G 관계자는 "올해 1월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인구 증가, 작년말 담배 사재기, 외국산 담배 저가 공세 등이 겹친 특수한 상황"이라며 "특히 외산 담배들이 의사결정 지연으로 지난달 중순께 뒤늦게 가격 인상에 동참한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편의점 판매 추이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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