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 '富者 모기지' 논란
1%대 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 '富者 모기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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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활성화 만능주의 반영"…"전세난 효과도 제한적"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정부가 전날 발표한 '수익공유형 은행 모기지' 상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다양한 계층이 초저리의 공유형모기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정책금융기관까지 동원해 공적자금으로 부자들의 고가주택 구입까지 지원하는 것이라 노골적인 '부자 모기지'란 비난이다.

◇ 하우스푸어 양산 우려…"부자만을 위한 정책"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가 발표한 이 상품은 2013년 도입된 주택기금의 '공유형모기지'를 은행상품으로 바꾸면서 그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전세난 완화와 부동산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취지의 정책이다.

문제는 1%대 저금리에 대출을 해줘 무주택 저소득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던 당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층의 투자까지 지원해준다는 점이다. 기존 주택기금 '공유형모기지'의 대출조건을 완화해 집 한 채를 보유한 수십억원대 자산가도 집을 처분하겠다고 약속하면 9억원 이하·102㎡ 이하 주택에 한해 초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규제 완화로 대출 한도가 늘어난 만큼 더욱 '싼 값'에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추가로 빚을 낼 가능성이 커져 하우스푸어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집값 하락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대출조건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집을 사도록 하는 것은 하우스푸어 문제를 부추길 소지가 크다"며 "새로운 모기지 상품도 임대인 혹은 집을 살 수 있는 집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금융보험부동산학)도 "'거래활성화 만능주의' 사고를 반영한 것"이라며 "집 살 여력이 없는 서민을 위한 대책이 아닐뿐더러 집을 사는 수요층의 나이가 젊어질수록 하우스푸어 연령대도 그만큼 낮아질 소지가 크다"라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 역시 "정부가 주춤해진 주택시장과 시들해진 공유형모기지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또 다시 빚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며 "주택구입의 방법을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수혜대상이 고소득자와 강남권 고가 아파트로 확대되면서 과도한 지원이라는 논란이 따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 은행 매각차익, 정부가 보전…"고소득층 재테크 간접 지원"
게다가 정부가 집값 하락 등으로 은행이 매각차익을 올리지 못 할 경우 대한주택보증의 이자지급보증으로 금리손실만큼 보전해주기로 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시중은행들의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 안팎 수준인데, 이 상품의 금리는 1%대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2% 정도 손해를 안고 출발하는 구조다.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대주보의 이자지급보증으로 금리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부자들의 재테크를 간접 지원해주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고가주택의 경우 변동성이 크다보니 은행들이 대출을 꺼려왔지만, 대주보가 보증할 경우에는 그만큼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매각차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1%대 이자로는 은행이 손해를 보게 된다"며 "역모기지처럼 대출운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을 대주보가 보증해주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이번 상품이 전세난 완화 등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을 도울 수는 있지만,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커질 경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수익을 공유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유형모기지 대출실적이 저조한 것 역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3년 12월 출시된 주택기금의 '공유형모기지'는 반짝 인기를 끌긴 했지만, 까다로운 조건 탓에 연간 목표치(2조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바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그간 지적됐던 문제점이 개선된 점은 바람직하지만, 최근 금리가 아주 낮은데다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어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 당장 인기를 끌긴 힘들 것"이라며 "매매시장을 급격히 활성화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수도권처럼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오르는 곳에서는 저가주택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이 오를 때는 수익을 나누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인 매력도가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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