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파고 넘어라"…건설업계 '동분서주'
"저유가 파고 넘어라"…건설업계 '동분서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정부와 해외건설협회 등이 국제유가 폭락으로 예년과 달리 수주 목표를 따로 설정하지 않기로 하는 등 해외건설 수주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어 건설사들은 해외시장 공략을 다변화하는 동분서주하고 있고 있다

◇ 발주량 감소 현실화…4Q 수주액 전년比 36%↓
19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가 최근 반년새 반토막 나는 등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올해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건설시장 수주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시화되고 있다. 주요 해외시장인 중동에서 발주물량 감소 및 발주 연기 등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실제로 해건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지역에서 총 313억5000만달러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전년(261억4000만달러)대비 20%가량 증가한 수치지만, 국제유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만 보면 중동 지역 수주액은 51억3000만달러로, 전년(80억7000만달러)대비 36%가량 줄어들었다.

협회 관계자는 "4분기 건설 수주 급감은 저유가 영향이라기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정부가 발주일정을 조정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제유가 하락세라 앞으로2~3년 정도 더 이어지는 해외건설시장에 대한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국토부와 해건협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를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모두 700억달러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저유가에 따른 수주 감소 우려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목표를 세운다고 수주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라 따로 목표치를 잡지 않기로 했다"며 "저유가 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수주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수주지원을 위한 외교활동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시장 다변화·공종 다각화 '안간힘'
이에 건설업계는 시장이나 수주 종목을 다변화하는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전통적 수주 텃밭인 중동을 벗어나 동남아시아나 신흥시장인 남미·아프리카 등을 공략하고 정유 플랜트 외에 다른 플랜트나 토목공사, 신도시 개발 등으로 사업영역도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단순 도급사업 외에 시공사가 아닌 사업주로 참여해 사업의 기획부터 건설, 운영, 구매·조달, 파이낸싱, 사업관리까지 도맡는 투자개발형 사업에 진출해 디벨로퍼로 변모하겠다는 것이다.

해건협 관계자는 "업체들도 시장 다변화, 공종 다각화 등으로 중동 편중을 탈피하고 단순 도급위주의 수주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한 해 해외건설시장에서 가장 많이 수주를 한 현대건설 관계자는 "저유가로 중동 지역에서 당장 발주가 줄어들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중남미, 독립국가연합(CIS) 등 저개발 국가 쪽에서 발전 등 인프라 분야에서 발주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 이런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외건설 저가 수주로 적잖은 손실을 본 GS건설의 경우 신중한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양적 확대보다는 사업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통해 질적 성장을 하면서 주력인 플랜트 외에 토목·건축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선별 수주 원칙을 유지하는 가운데 토건 분야나 민자발전, 석유화학 플랜트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디벨로퍼 사업, 즉 투자개발형 사업 분야도 강화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매출의 절반가량이 해외건설부문에서 나오고 있는 SK건설도 비슷한 전략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올해는 중동에서의 경쟁입찰사업 참여를 줄이면서 투자개발형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일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외시장 확대에 나선 롯데건설은 지난해 말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을 해외 거점 국가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수주 지원을 위해 '맞춤형 수주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과도정부 출범 이후 변화가 생긴 물 관리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일 2박3일 일정으로 태국을 방문했다. 국토부는 올해도 세계 각 지역으로 다양한 수주지원단을 더 보낸다는 방침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