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차 투자활성화 대책' = 대기업 민원해결용?
정부 '7차 투자활성화 대책' = 대기업 민원해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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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대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한 지원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규제 완화와 행정 지원 등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야 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재벌기업들의 민원해결에 불과해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인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재벌기업, 카지노 사업 참여 가능해져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관세청,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는 전날 '관광인프라 및 기업혁신투자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가시화될 경우 총 25조원 이상의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중 16조8000억원은 그동안 재벌 대기업의 '민원'을 해소함으로써 발생하고, 8조5000억원은 새롭게 발생하는 투자라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재벌기업들의 민원을 정부가 나서 해결해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재벌기업의 카지노 사업 참여가 논란거리다. 정부는 아시아 관광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현재 영종도와 제주에 추진하고 있는 3개 외에 2개를 더 짓도록 했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복합리조트 1개소당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하반기 사업자를 선정해 내년에 착공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이번 복합리조트 사업자 선정부터 '지분 51%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제한을 없애 국내 투자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국내 자본은 일부 대기업으로 제한된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아예 "삼성, 현대 등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누구든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복합리조트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종도에 이미 짓고 있는 2개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도 아직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아 정부가 다소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외국인 관광을 사행산업으로만 몰아가는 것 같다"며 "게다가 카지노를 찾을 만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지 확실하지 않다. 실제로 중국인 카지노 관광을 통제한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 한전부지 개발 '쾌속'…삼성·SK 등 혜택 '팍팍'

현대자동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이전부지 개발사업 역시 재벌기업 민원해결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해 공개입찰을 통해 이 땅을 10조원 이상 주고 낙찰 받았다.

정부는 서울시 등과 협의해 통상 2~3년 소요되는 도시관리계획(용도지역) 변경, 건축 인허가 등을 최대한 단축시켜 내년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건축허가 단계에서 진행되는 교통·환경·재해영향평가 등으로 사전협상과정에서 병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투자가 늦어지면 인근 지역 공동화로 주변 상권의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착공이 빨라질 경우 현대차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따른 세금 부담도 덜 수 있다.

현대차는 개발비로 5조원을 투자, 105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하고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해당 계획안은 오는 3월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충남 아산시 탕정산업단지 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 증설 지원방안은 삼성그룹 맞춤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산단의 동서축 간선도로를 연내 깔고 산단 내 고도 정수처리장 관리도 지방자치단체 대신 기업이 맡을 수 있도록 했다.

그간 동서축 간선도로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아산시가 예산 문제로 이견을 보여 지연돼 왔었다. 용수 사용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입주 기업체 협의회가 정수장을 지자체에 이관한 뒤에도 운영·관리하도록 지자체 조례를 개정한다. 이에 따라 환경 관련 규제가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SK그룹은 열병합발전소의 배관망 건설 관련 애로사항을 해결하게 됐다. 정부는 오는 6월 관련법 개정을 통해 민간기업도 도시계획시설 변경 없이 배관망 공사에 필요한 도로 굴착을 허용키로 했고 개발제한구역 내 가압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대기업만 가능한 '쩐(錢)의 전쟁'…넘어야할 벽은?

이 외에도 정부는 서울에 3개, 제주에 1개의 면세점을 추가 허용한다. 다만 서울 일반 경쟁 면세점 선정 기준을 '동아시아 경쟁국들의 면세점과 경쟁할 수 있는 대규모 면세점 도입'이라고 밝혀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 여력을 가진 대기업에 적극적으로 사업권을 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지역 입찰 참여 예상기업은 기존 사업자인 롯데, 신라, 워커힐, 동화면세점을 포함한 신세계, 한화, 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 등이 있다.

이밖에 개발이 더딘 서울 용산 주한미군 부지 개발계획도 용적률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오는 4월까지 승인하고 하반기에는 투자 착수가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해당 부지를 50~60층 빌딩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이 역시 재벌기업들이 아니고서는 참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회에서의 법안처리 문제는 넘어야 할 벽이다. 이번 대책은 관광진흥법 등 8건의 법률 제·개정이 동반돼야 한다. 특혜시비나 환경 관련 규제 완화 등의 우려가 제기될 경우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한 30개 법안 중 12개가 여전히 계류 중이다.

한편, 이번 대책은 박근혜 정부 들어 내놓은 7번째 투자활성화 대책이다. 앞서 지난 6차례에 걸친 대책들이 실제 투자로 이어진 경우가 6조원가량에 불과한데다 이미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대책에 포함시켜 숫자만 부풀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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