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윤곽…'고민 깊은' 건설업계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윤곽…'고민 깊은'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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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재무구조 등 부담요인 여전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13일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방안(1.13대책)' 발표로 정부의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방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월세난의 직접적 피해자가 중산층임에도 그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 도시공사 등의 임대주택은 중산층 수준의 주택품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자격요건도 충족하지 못해 입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임대주택 공급의 한계로 지적됐다.

따라서 이번 정부 발표방안의 핵심은 중산층용 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푸르지오', '자이', 'e편한세상' 등 우수한 주택 브랜드와 품질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유인책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민간건설사 주택담당 임원들을 수차례 불러 모아 가능성 여부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형건설사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5%대의 수익률을 기대한다는 예상을 내놓고 각종 택지·세제·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주택분양에 비해 긴 사업기간,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임대보증금 부채 계상, 임차인의 각종 민원 제기에 따른 부담 가중 등 숨겨진 리스크를 감안할 때 섣불리 달려들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 긴 사업기간 등 사업성 '발목'
무엇보다 사업성이 발목을 잡는다. 건설사들은 이번 조치로 사업여건이 개선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수익률을 검토해 봐야한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땅 매입부터 분양, 시공, 입주까지 5년 이내에 완료되는 기존 분양사업에 익숙한 사업구조를 벗어나, 땅 매입부터 8년 동안의 임대기간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사업을 새로 추진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LH의 임대기간 종료 후 매입확약 검토, 택지할인 매각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대형건설사 A사 관계자는 "수익률이 보전된다고는 하지만 시범사업 성공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건설사별로 사업성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다양한 신규 사업이 있는 상황에서 출자가 필요한 사업에, 그것도 장기간에 걸친 수익 회수가 가능한 임대사업이 얼마나 메리트가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택지할인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지 않았고 여전히 협의 중인 정책들이 많아 구체적으로 임대사업에 진출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사업가능성은 열어두고는 있지만 어떤 지역에 LH가 택지를 공급하느냐도 임대사업을 시행하는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LH 등을 통해 토지를 싸게 공급받을수록 수익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결국은 땅값이 관건"이라며 "얼마를 할인해주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숫자가 없어서 사업성을 검토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 부채비율 상승·이미지 훼손 '부담'
또 다른 문제는 부채비율이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임대보증금이 부채로 계상될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신용평가등급이 떨어질 경우 해외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는 기업형 임대사업자에 대해 연결재무제표 예외를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과 협의 중인데다 국제회계기준이라 대안 모색에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임대보증금이 부채로 잡힐 경우 신용평가가 하락하거나 해외수주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룹사의 경우 타 업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D사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중 주택사업 비중이 2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에 진출하려고 부채비율을 올려서 해외수주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참여할 건설사가 어디 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 이내 대형건설사들의 사업구조를 보면 주택사업은 전체의 20% 안팎에 불과하다. 해외사업이 50% 수준이고 건축`토목 등이 30% 정도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고작 2~3%에 불과한 임대주택시장을 위해 50%가 넘는 시장을 희생하는 셈이다.

이밖에 임대주택에 입주한 세입자들의 각종 집단민원 제기에 따른 부담 가중과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리스크로 꼽힌다. 대부분의 대형건설사들이 그룹계열사인 상황에서 임대사업에서 불거진 민원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당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해외건설 부실 문제로 이미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 경험이 있다 보니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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