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사실상 폐지"
'까다로운'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사실상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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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성재용 기자

적용대상 지역 거의 없을 듯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정부가 마련한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기준'의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제 적용대상 지역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폐지이면서 '보여주기식'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에 해당되는 지역은 서울 송파구·부산 남구(청약률 20대 1 초과), 인천 중구·경남 창원 진해구(아파트거래량 전년동기대비 200% 이상 증가) 등에 그친다. 매매가가 10% 이상 오른 지역은 없다.

그러나 송파구의 경우 지난해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위례신도시가 민간택지가 아닌 공공택지로, 이번 주택법 시행령과 무관하며 서울의 다른 구에서는 최근 3개월간 평균 청약경쟁률이 20대 1을 넘길 만한 곳이 없다. 또 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가 10% 이상 오르거나 거래량이 전년대비 배 이상 늘어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로 송파구를 제외한 나머지 3지역은 민간택지지만, 시장 정황상 대상지역으로 묶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국토교통부 판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들 지역은 인근에 산업단지나 혁신도시 등이 조성되면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곳들이라 시장과열로 보긴 힘들다"며 "현재 분위기상 올해 상한제로 묶일 민간택지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최소한의 시장과열 기준을 이 정도로 정하고, 이 선을 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수준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적용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시장 상황과 파급효과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쉽게 묶인 힘들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청약률을 낮추기 위해 분양가를 높이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은 정부가 민간택지에서는 사실상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투기과열지구보다 더 엄격하게 만들어진 분양가상한제 요건에 포함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투기과열지구는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대 1(전용 85㎡ 이하는 10대 1)을 넘거나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면 지정이 가능하다. 분양가상한제보다 더 완화된 요건을 갖춘 투기과열지구는 2011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해제한 후 지정이 전무한 상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이런 정도의 까다로운 요건이라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폐지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 지역에 대한 로(raw) 데이터를 갖고 전체 검토를 한 뒤 정한 기준"이라며 "아예 적용되는 지역이 없도록 정하지는 않았다"라고 답했다.

전날 국토부는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대상 기준 등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 9일부터 3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령에 따르면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 기준은 △직전 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10% 이상 △3개월간 월 평균 아파트거래량 증가율이 전년대비 200% 이상 △3개월간 평균 청약경쟁률이 20대 1 초과한 지역 등이다.

다만 민·관 전문가 및 관계자 25명으로 구성된 주택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국토부 장관)가 해당 지역의 물가상승률 등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해 최종 지정한다. 선정 지역은 시·군·구 단위이며 아파트거래량과 변동률 조사는 국토부가 한국감정원에 수탁해 운영되고 있는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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