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銀 비정규직 논의 교착…통합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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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은행 노조가 2013년 10월 합의된 사항이라고 밝힌 '무기계약직 정규직 6급 전환' 관련 합의서. (자료=외환은행 노조)

은행권 새판짜기 '끝''나홀로 골머리'
김정태 회장 임기 만료 앞둬 부담 가중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하나금융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 온 은행 통합 작업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여타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잇따랐던 각종 악재를 털고 전열을 가다듬은 것과 달리,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추진 과정에서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 "대화 단절"…장기화 가능성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외환은행 노사 협상단은 지난 11월부터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추진을 전제로 협상에 들어갔지만, 각종 합의 내용에서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2월1일로 예정됐던 하나-외환은행의 합병기일도 3월1일로 미룬 상태다.

현재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부분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다. 우선 하나금융 경영진은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1개월 이내에 무기계약직을 6급 정규직으로 선별적으로 전환하되, 급여수준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규직 전환자의 승진 여부에 대해서도 일정기간 경과 이후 별도의 심사를 거쳐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외환은행 노조는 2000여명의 무기계약직 전원을 6급 정규직으로 즉시 전환하고, 급여 및 승진도 기존 6급 정규직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재임했던 2013년 10월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 통합 여부와 별개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지난해 1월까지 시행하기로 사측과 합의했는데, 아직 지켜지지 않아 우선 시행토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나금융이 진정성 있는 대화 태도를 보이지 않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하나금융 경영진도 입장 자료를 배포하고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위한 대화는 외환은행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파행을 거듭해 현재는 대화를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결국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한 상황이라 빠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으로서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직원 급여로 연간 6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소요해야 하는 데다, 형평성 차원에서 하나은행 무기계약직 1400여명의 정규직 전환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 회장 연임돼도 리더십에 '흠집' 

하나금융으로서는 핵심 현안인 은행 통합 문제가 답보 상태에 빠진 만큼, 현재로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이미 다른 은행들이 조직 개편과 인사 이동을 큰폭으로 실시하는 등 '새판'을 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새 CEO를 맞은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지배구조 문제를 수습하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LIG손해보험 인수 문제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해결했다.

우리은행도 이광구 신임 우리은행장의 취임과 함께 새출발한다. 우리은행은 올해 정부가 새로 마련할 예정인 민영화 계획을 충실히 따르고, 수익성 제고에 힘쓸 계획이다. 이 밖에도 NH농협금융은 자산운용 강화, IBK기업은행은 핀테크에 역점을 두는 등 은행권 전반적으로 올해 핵심 과제를 세운 상태다.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사진=하나금융)

반면 하나금융의 경우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특히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진두지휘해온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는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사외이사가 대폭 교체되면서 김 회장의 이사회 장악력이 높아진 게 가장 큰 이유다.

더욱이 지난해 하나금융 이사회가 회장 연임 기간을 '3+1체제'에서 '3+3체제'로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김 회장의 경영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3년 임기에 1년 단위로 회장 연임 여부가 결정됐지만, 이 연임 단위가 3년으로 변경된 것이다. 김 회장이 이번에 연임하면 2018년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통합추진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갈수록 증폭되는 등 김정태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지난해부터 은행 통합을 추진한 장본인이니 이를 매듭짓는 차원에서 연임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면서도 "경영진 교체 문제는 예단할 수 없는 문제라, 김 회장이 임기 종료 전에 은행 합병을 마치는 게 제일 좋은 그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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