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현아 죽이기'라고?
[기자수첩] '조현아 죽이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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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벗기고 벗겨도 또 나온다. 더 나올 게 있을까 싶으면 다른 곳에서 또 터진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사건이 발생한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한진 일가의 도덕성 논란을 촉발시켰으며, 이에 더해 '칼(KAL)피아'라는 민관유착 의혹의 뇌관에 불까지 당겼다.

이번 사건은 조 전 부사장과 여모 대한항공 상무가 구치소에 수감되기까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숨가쁘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을 옹호하는 취지의 '사과문 아닌 사과문'을 올려 대중의 공분을 샀고, 조 전 부사장은 일부 보직과 직함만 내려놔 '무늬만 사퇴'라는 비난을 샀다. 급기야 조 전 부사장과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같은 날 공식석상에 나와 머리를 숙이는 씁쓸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에만 해도 재벌기업 오너 3세의 '철없는 실수'로 치부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며 사태가 일단락되는듯 보였다.

하지만 이후 대한항공 측이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에게 사과는 커녕 진술을 번복하라는 압력을 가한 것도 모자라 증거 인멸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더불어 조사의 공정성을 호언장담하던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언급과 달리, 국토부 조사반의 일원이었던 김모 항공안전담당관과 대한항공 임원의 유착 혐의가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확대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진 오너일가의 대응은 안일하다 못해 치명적인 도덕불감증까지 보여줬다.  국토부 조사실에 들어갔던 여 상무는 검찰 조사에도 동석하려다 제지를 당했으며,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무는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문자로 물의를 일으켰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같은 언론 보도와 여론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달 17일 여성연합도 '마녀사냥 언론 호들갑, 조현아 죽이기 그만하자'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세간에는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음모라는 설도 나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분명한 평가가 있다. '터질 게 터졌다'는 것이다. 오너 일가의 특권의식과 '오너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재벌기업, 그리고 민관유착이 복합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다.

이제 바통은 검찰로 넘어갔다. 무엇보다 사건 정황과 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따지는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민적 공분을 산 대한항공과 한진 오너일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자숙하는 모습은 더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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