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정유 신용등급 '줄하향' …구조조정 신호탄?
조선·철강·정유 신용등급 '줄하향' …구조조정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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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 '이중고'…재무부담 가중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조선, 철강, 정유 등 일명 '굴뚝산업'이 업황악화에 따른 실적부진 영향으로 줄줄이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특히, 내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등으로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될 조짐이어서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신용도 '악화일로'

19일 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조선, 철강, 정유사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우선 한신평은 동국제강과 동부메탈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동국제강은 'A0(부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한단계, 동부메탈은 'B+(하향검토)'에서 'B-(하향검토)'로 두 단계 떨어졌다.

이와 함께 유니온스틸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고 포스코특수강(AA0)과 세아베스틸(A+)은 '하향검토' 대상으로 등록했다.

동부메탈의 경우 올 초까지만 해도 'BBB+(안정적)'으로 투자등급이었으나 현재는 투기등급으로 올 들어 무려 여덟 단계나 등급이 하락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 등재를 유지했다. 담보부사채 신용등급도 'BB-'에서 'B'로 두 단계 하향조정됐다.

동국제강은 주요 수요산업인 조선업 침체 장기화로 후판 부문 영업적자가 누적되는 데다 봉·형강 부문에서도 중국산 형강 수입 확대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 또 내년 1월1일 유니온스틸과 합병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합병 이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신평사 관계자는 "중국 철강시장 공급과잉으로 국내 시장의 중국산 철강재 시장잠식이 빠르게 이뤄지고 전방산업 부진이 철강회사들의 증설투자로 인한 수급저하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며 "당분간 철강경기 회복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철강업계의 실적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사, 수익성 악화 심화

신용평가사들은 조선업계에 대해서도 업황침체가 지속되며 수익성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조정하고 나섰다.

한신평은 대우조선해양의 장기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낮췄다. 앞서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도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신평 3사 등급 모두 A급으로 강등됐다. 현대중공업도 신용평가 3사의 신용등급이 모두 떨어졌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한진중공업 등도 각 신평사별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현재 현대중공업 계열 3사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형 5개사의 합산 영업이익율은 2010년 12.8%에서 2012년 5.4%로 떨어졌고 올해 9월 기준 -6.7%까지 추락했다. 부채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약 17조원에서 지난해 9월말 약 18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최근 유가가 급락해 심해시추 설비 등 해양플랜트 발주 여건이 악화되는 등 향후 시장환경도 좋지 않아 추가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수주여건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 성과가 미약한 조선업체들을 중심으로 신용도 하향 압력이 증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유가하락 '직격탄'

이 외에도 한신평은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이었던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이 '긍정적'이었던 현대오일뱅크는 '안정적'으로 각각 조정했다. 이는 정제마진 약세 뿐 아니라 PX스프레드 또한 동반 악화돼 수익창출력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는 점과, 공급 과잉에 따라 향후 마진 개선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유가변동성이 심화되면서 정유사의 영업실적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신용등급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지난 11월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신평은 "정제마진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국제 원유가격의 급락으로 영업실적 저하 폭이 확대됐다"며 "수급여건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저 마진구조의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향후 이들 업체들의 재무부담 역시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신용평가에서 A나 BBB등급을 받은 기업의 회사채는 기관보다 개인이 주로 구입하는데 기업 재무구조와 관련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 경우 발행 자체에 차질을 빚을 때가 많다.

때문에 중국의 맹추격과 경기침체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 굴뚝산업의 경우 내년부터 자금조달에 어려움에 처한 비우량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업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수주 감소 및 수급불균형 지속 등 업황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고, 금융사와 투자자 역시 신용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비우량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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