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 新관치시대, 금융권 주무르는 '숨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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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회·정피아' 금융기관 요직에 속속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권이 또다시 '관치금융'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세월호 사태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는 부쩍 자취를 감췄지만, 이전보다 실체 확인이 어려운 모호한 압력이 금융사 인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숨은 힘'은 금융사 CEO는 물론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감사, 사외이사에까지 손길을 미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심층면접 대상자를 이광구 부행장과 김승규 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 3명으로 압축했다. 후보 압축 이전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은 면접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런 행추위 과정이 형식상 절차일 뿐, 결국에는 이광구 부행장이 최종 낙점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현 행장이 돌연 연임을 포기한 것도 사실상 이광구 부행장 내정설의 주체인 '외부 압력'을 의식한 결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외압에 의한 결정이라는 게) 뻔히 보이지 않냐"며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압력이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외압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광구 부행장의 내정설을 둘러싸고 '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서금회)'의 존재가 논란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들어 주요 금융기관 CEO 자리에 앉은 인사 다수가 서금회 출신인 탓이다. 올해 취임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후보자 등이 서금회 출신이다.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도 서강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야당의 비판도 거세다. 이날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 동문인 일명 서금회 출신 인사들의 금융권 장악 시나리오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능력과 경력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 검증없이 단순히 대통령 동문이라는 이유로 영전하는 인사들이 넘쳐나고, 금융당국은 이러한 인사전횡과 논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다니 이는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금융사 요직을 꿰차는 현상 외에도 '관치'를 연상시키는 인사는 또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 '낙하산·밀실 인사' 논란을 일으켰던 은행연합회장 선임 과정이다. 은행연합회의 경우 별다른 CEO 후보 추천 과정이 논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영구 회장의 내정설이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우리은행 사례와 궤를 같이 한다.

더군다나 내정설이 흘러나온 근원지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우리은행과 비슷하다. 최근 실체를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 금융권 인사를 좌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에서 내려오는 '관피아'는 사라졌지만, 금융 실무를 모르는 '정피아(정치권+모피아)', '청피아(청와대+모피아)'가 득세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제기됐다. 우리은행 감사로 선임된 정수경씨는 18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고, 친박연대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이수룡 IBK기업은행 감사는 2012년 박근혜 후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이같은 금융권의 흐름에 대해 금융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금융권 인사가 인맥과 연줄로 엉망이 되고 있다"며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비정상의 정상화와 낙하산 인사 근절을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금융위원회가 만든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후보추천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며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인사에 개입해 사전에 특정 인사를 내정해 다른 인사를 고사시키면 이런 규정은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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