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떨어진' 알뜰주유소, 유가하락에 '휘청'
'약발 떨어진' 알뜰주유소, 유가하락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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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편중 및 품질 신뢰도 저하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연일 최저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가운데 알뜰주유소의 경쟁력이 휘청거리고 있다.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업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석유유통구조개선사업 예산 63억2700만원의 79.8%인 50억4700만원을 알뜰주유소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사업별로는 120개 업소에 2400만원씩 총 28억8000만원의 시설개선 비용을 지원하고, 품질보증 프로그램에 21억6700만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한국석유공사도 현재 1118개소인 알뜰주유소를 내년에는 13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가격 인하가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초 알뜰주유소 출범 당시 최대 100원 정도 싸게 판다는 정책목표나 내년 편성분 50억원을 비롯해 그동안 들인 자금과 노력의 효과로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1일 현재 전국 최저가(ℓ당 1585원) 기록을 세운 업소는 알뜰주유소가 아닌 현대오일뱅크 대교주유소(경상남도 사천시)다. 전국에서 가장 기름값이 비싼 서울(ℓ당 1792.25원)에서도 알뜰주유소가 가장 싼 지역은 서울 25개구 중 6개구(강서구, 광진구, 금천구, 도봉구, 서초구, 성동구) 뿐이다.

특히, 알뜰주유소가 주로 지방에 편중돼 정작 휘발유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휘발유 가격이 비싼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의 알뜰주유소는 5206개소로 전체의 5.3%에 불과하지만 지방에는 알뜰주유소 7345개소(11.5%)가 들어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서울의 알뜰주유소는 17개소(2.9%)에 그쳤다.

이처럼 대도시의 알뜰주유소 비중이 낮은 것은 기존 정유4사에 비해 석유제품 품질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알뜰주유소를 대상으로 연간 12회 이상 품질 검사를 시행, 법규 위반시 협약을 해지하고 행정기관에 통보하는 석유품질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 가입한 알뜰주유소는 275개(24.6%)뿐이다. 알뜰주유소에서 가짜석유를 팔다가 적발된 사례는 2013년 6건에서 올해 상반기 8건으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체별 시장 점유율과 원유 도입처 등 민감한 정보를 쥔 채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것은 심판이 경기에 뛰어든 격"이라면서 "유가 하락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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