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孟母 치맛바람에 서울 전세값 '꿈틀'
'수능 끝'…孟母 치맛바람에 서울 전세값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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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가을 이사철이 마무리됨에 따라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서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학군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문의가 부쩍 늘어나면서 잠시 잦아들고 있던 상승세가 다시 확대될 조짐이다.

강남권의 경우 겨울방학 이사수요에다 연말부터 대규모 재건축 이주까지 맞물려 있어 전세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3일 수능시험이 끝나고 지난 한 주 동안 학군 인기지역의 전셋값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개 수능 이후에는 고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교육을 위해 유명 학원가 인근에 셋방을 잡는데 올해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자 학부모들이 유명 학군을 중심으로 임대차 계약에 나서면서 비수기임에도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올해는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하다보니 수요자들이 예년보다 일찍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목동·대치동 등 인기지역 학군수요…양천·강남·서초 '오름세'
양천구가 0.28%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구는 0.24%, 서초구는 0.22%를 나타내면서 서울 평균 상승률(0.10%)을 웃돌았다.

특히 전통적인 학군 인기지역인 양천구 목동의 경우 수능 직전 조사(14일 기준)에서는 전셋값이 보합세를 기록했으나 수능이 끝난 뒤 21일 조사에서는 0.36%가 오르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강남구 대치동 역시 14일 기준 0.05% 변동에 그쳤으나 수능이 끝나고 지난 한 주간은 0.32%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서울의 학군 인기지역 가운데 노원구 중계동(-0.07%)을 제외하고는 수능 직후부터 전세시장이 발 빠르게 반응한 것이다.

목동에서는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이달 들어 122㎡의 경우 전셋값이 5억8000만원, 89㎡는 3억5000만~3억6000만원까지 계약됐다. 이는 지난달 말에 비해 2000만~5000만원가량 오른 시세다.

7단지 W공인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고 전세문의가 늘기 시작했는데, 전세는 물건이 없어 계약을 못하고 있다"며 "전세물건이 없다보니 요즘은 월세, 보증부 월세도 찾는 사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선경 등 학군 인기 아파트도 강세다. 대치동 R공인 관계자는 "중·고교 배정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늘었는데, 이사를 가려는 수요는 별로 없다"며 "전세는 물건이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것도 가격을 올려서 내놓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초구의 인기 아파트인 반포동 주공1단지도 전용 72㎡의 경우 전셋값이 2억8000만~3억8000만원으로 최근 한 달 새 1000만~2000만원 올랐다.

특히 변별력이 떨어지는 쉬운 출제 탓에 '물 수능' 논란이 일면서 재수를 선택하려는 가정이 많다는 점도 학군 인기지역의 전세난으로 부추기고 있다. 학군 인기지역은 학원가도 발달해 재수 희망자가 많아지면 재계약 수요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신규로 나오는 물건도 부족해지는 것이다.

대치동 S공인 대표는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변별력이 떨어져 목표한 대학에 못 가게 되다보니 벌써부터 재수를 하겠다는 가정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수능이 끝나면 물건이 나올 줄 알았는데 재수학원 수요 때문에 재계약 희망자가 늘어 당분간 전세난은 계속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목동 역시 10가구 중 7~8가구가 재계약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 중개업소 전언이다. 목동 S공인 대표는 "최근 2년새 이 일대 전셋값이 평균 1억원가량 올랐는데, 이사비나 중개수수료 등을 고려해 전셋값을 시세보다 1000만원 정도 낮춰주거나 전셋값 인상분에 대해 월 40만~50만원 정도 월세를 받고 재계약을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수능 점수가 발표되고 희망 대학의 당락이 결정되는 내달 이후에는 학군 이동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논술시험이 끝나고 수능 점수가 발표된 뒤에는 전세문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년에 비해 전입 희망자가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지만 전셋값은 당분간 오르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수능이 치러졌던 11월7일 이후 전셋값이 급등해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같은 달 15일 조사에서 1.92%가 오른 뒤 12월 말까지 0.5~0.6%가량의 상승세를 보이며 서울 평균 상승률(0.14~0.16%)을 크게 웃돌았다. 목동 역시 지난해 수능 이후 12월 말까지 서울 평균보다 높은 0.3~0.8%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로 '이중고'…"추가상승 우려"
문제는 올해의 경우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겹치면서 강남 등 주요 지역의 전세난이 예년에 비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이주 예상 물량은 강남구 6960가구, 서초구 6245가구, 송파구 677가구, 강동구 1만32가구 등이다, 개포지구 일대에서는 1만2411가구의 이주가 내년부터 시작된다. 개포주공2단지(1400가구)는 내년 3월 이주에 들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개포주공3·4단지, 개포시영 등이 줄줄이 이주를 시작하면서 올 연말부터 전셋집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치동 S공인 대표는 "개포주공2단지 큰 평형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은마 등 주변 지역 아파트에서 전세를 구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 전세시장은 재건축 이주수요가 불안요소로 잠재하고 있는데 계절적으로 학군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당분간 강남권과 학군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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