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외이사, 사퇴 압박에도 '묵묵부답'…속내는?
KB금융 사외이사, 사퇴 압박에도 '묵묵부답'…속내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치금융' 경계심 여전…"줄사퇴 시 경영공백 우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향후 거취에 대해 입을 굳게 닫았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KB금융 회장 선임 이후 사외이사들이 사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예상과 달리 단 한명의 사외이사도 사임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전날 임시 이사회를 통해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내년 3월까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사외이사들의 거취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의 공식 선임 이전에 사외이사들의 거취가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날 것으로 점쳐졌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늦추는 등 우회적으로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는 데다, 지배구조 개선 요건으로 현 사외이사들의 퇴진이 꾸준히 거론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금융의 지배구조 점검 계획을 논의하는 이사회에서도 사외이사 거취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한 사외이사는 "외부에 알려진대로 임시 이사회에서는 향후 사퇴나 임기 연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사외이사는 "책임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사외이사들마다) 일부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입장 표명을 해도 오해를 낳는다"며 말을 아꼈다.

사외이사들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KB금융 안팎에서는 '관치금융'에 대한 경계심이 주된 배경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일부 사외이사들은 지난 9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당국의 중징계 결정을 받고 물러나는 과정에서부터 관치금융에 대한 문제의식과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일부 사외이사들은 "금융당국의 징계 과정이 객관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임 전 회장의 해임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부 사외이사들은 최종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졌고, 9명 이사 가운데 7명 찬성, 2명 반대로 임 전 회장의 해임안이 통과됐다.

윤종규 회장(겸 KB국민은행장) 내정자가 낙점되는 과정 역시 관치금융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경계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내정자의 경우 정·관계 배경이 없어 외풍을 차단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지난 2004년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전례가 있어 당국과의 관계 개선에 큰 강점을 발휘할 인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상존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사외이사들이 줄사퇴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당국이 LIG손보 인수 승인과 연계하는 차원에서 사외이사들의 전원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데, 이는 책임추궁을 위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며 "사외이사들이 전원 사퇴할 경우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마비돼 경영공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차적 요건만 갖춘 채 사실상 정⋅관계 배경의 낙하산 사외이사들로 교체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러한 악순환이 우리나라 금융회사를 망친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이사회가 회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관치금융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컸던 만큼, 당국의 사퇴 압박이 사외이사들의 반발심이나 억울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을 수 있다"며 "다만 사외이사들로서도 책임론에 부담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 추후에 연임을 하지 않는 방식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 이경재 의장을 비롯해 총 6명의 사외이사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