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부출신' 금융사 CEO들의 무거운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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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일제히 '내부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내달 KB금융지주의 회장 자리에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 공식 선임되면 4대금융의 CEO가 모두 자사 출신으로 구성된다. '낙하산 인사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는 금융권의 오래된 구호가 현실화 된 셈이다.

사실 이같은 분위기는 올해 초부터 두드러졌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권선주 행장을 선임하며 행원 출신 CEO를 2대째 배출했고, 뒤이어 선임된 김주하 NH농협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도 자행 출신이다. 여기에 한국은행까지 내부 출신인 이주열 총재가 취임하면서 은행권 인사 트렌드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유일하게 KB금융과 KB국민은행만이 외부 출신 CEO를 품은 모양새였으니, KB 사태를 기점으로 노조의 '낙하산 철폐' 목소리가 커진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KB금융 차기 회장 선정 과정에서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전면에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는 KB금융 내외부에서 '만족할만한' 적임자가 뽑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선발 과정을 차례로 공개하고, 후보자 목록에서 모피아와 관피아를 완벽히 배제한 것이 주효했다. 물론 KB금융으로서는 필요 이상의 홍역을 앓은 셈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권 전반에 '내부 출신 등용'의 필요성이 확고해진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관건은 이같은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관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피아(정치권 출신)들이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부의 시선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면서도 실속을 차릴 수 있는 감사·사외이사 자리에 이들 정피아가 적잖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외풍이 금융권을 지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여전히 상당수의 금융기관·협회들은 수장을 뽑는 과정에서도 '낙하산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이같은 흐름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 출신 CEO들이 확실한 성과와 조직 장악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동일한 맥락에서 KB금융의 윤 내정자를 비롯한 내부 출신 CEO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금융권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KB 사태가 한국 금융사에서 '관치금융의 종결'의 시발점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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