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카드 단말기 교체사업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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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 등 해결과제 산적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영세가맹점 IC(직접회로)카드 단말기 교체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 말까지 교체가 마무리돼야 하지만 증여세, 업권간의 이권 다툼 등으로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들이 1000억원의 IC단말기 교체 기금을 조성, 다음달부터 65만개 영세가맹점 단말기 교체 사업에 본격 투입할 예정이다.

기금은 각 카드사들의 협의에 따라 1000억원 중 25%(250억원)는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BC·우리·하나SK 등 8개 전업카드사가 균등하게 나눠 내고, 나머지 75%(750억원)는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차등 분담하기로 했다.

카드업계는 여신금융협회에 기금을 전달해 협회를 중심으로 단말기 공급 업자와 지원 대상 가맹점 선정 등의 작업을 통해 IC단말기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금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며 기금 조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행 세법상 카드사에서 여신협회로 돈이 넘어가면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여신협회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 정당 등 비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비영리법인이다. 30억원 이상 증여받을 경우 세율은 50%다. 즉, 1000억원의 기금을 받을 경우 공제액 4억6000만원을 제외한 495억4000만을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증여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카드사들이 직접 단말기 공급과 설치에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 추가비용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여신협회는 "IC단말기 조성 기금은 공익적 성격이 큰 사회공헌기금인 만큼 비과세돼야 한다"며 "현재 외부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요청하고, 감독당국에도 위 사항을 보고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금운영을 놓고 업권간 이권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카드업계는 공개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소상공인업계, 밴업계는 각자 자신들이 단말기 교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신용카드 밴(VAN) 대리점의 가맹점 정보유출 등으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존 밴사에 단말기 보급사업을 맡길 수가 없다"라며 "소상공인연합회가 IC단말기 교체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밴 업계는 "이들 단체가 사업을 추진하기엔 경험도 시스템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밴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형가맹점들의 경우 IC단말기 교체 필요성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지만 수십억원의 비용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밴사들이 카드 단말기를 무료로 보급해왔던 만큼 스스로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내년 말까지 IC카드 단말기 교체가 이뤄져야 하지만 여러가지 난제에 부딪쳐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현재 관련 업계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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