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가치" vs "비상식적"…'10조' 한전부지 낙찰가 논란
"미래 가치" vs "비상식적"…'10조' 한전부지 낙찰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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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4.3억…인근 부동산 2배 이상
총 사업비 15조원↑…"회수에만 27년"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5500억원에 매입한 것과 관련, 매입가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뜨겁다. 재계 1, 2위를 다투는 두 곳이 입찰에 참여한 만큼 높은 가격에 낙찰될 것이라는 예상은 있어왔지만, 10조원이라는 낙찰가에 대해서는 '납득불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0조원을 넘어서는 한전 부지 낙찰가는 당초 감정가인 3조3346억원을 세 배 이상 웃도는 데다 앞서 2011년 삼성생명이 인근 옛 한국감정원 부지를 3.3㎡당 7000만원, 총 2328억원에 사들인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전 부지 면적은 7만9342㎡로 낙찰가를 기준으로하면 3.3㎡당 4억3879만원에 낙찰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변 지역 땅값이 3.3㎡당 2억원 수준인데, 한전 부지는 두 배가 넘는 4억3800여만원"이라며 "토지 면적이 크면 단가가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데 한전 부지는 이를 거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아무리 자동차에 특화된 랜드마크를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극대화하지 않는 이상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서울시에 대한 기부채납까지 고려하더라도 낙찰가는 7조~8조원 수준이 적절했다"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한 매체가 건축설계업체와 함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개발계획으로 발표한 통합 본사 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를 포함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조성하려면 약 15조55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부지매입비와 공사비, 각종 세금 등이 포함됐으며 분석 결과 사업비 회수까지 GBC 완공 이후 적어도 27년은 지나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10조원이 넘는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 금융비용, 취득세, 서울시 기부채납 등을 감안하면 16조원이 넘는 무리한 배팅"이라며 "계열사가 한 곳으로 모이는데 따른 시너지 효과 등도 무시할 순 없지만 사옥 하나 구하겠다고 16조원씩 투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에 수익성 부동산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30여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통합사옥을 지을 예정이기 때문에 낙찰가가 결코 높은 금액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지난 10년간 강남지역의 평균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9%에 달했기 때문에 미래가치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통합사옥이 없어 계열사들이 부담하는 임대료가 연간 2400억원을 웃돌고 있다"며 "통합사옥이 설립되면 연리 3%를 적용했을 때 약 8조원의 재산가치가 발생하는 만큼 낙찰가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낙찰가 논란과 관련해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날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논평을 통해 "부지활용 방안이 무엇이든, 미래가치가 어떠하건 4조원대에 살 수 있는 것을 10조5000억원에 샀다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결정은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합리적 경영 판단이 아닌 정몽구 회장의 집착에 의한 결과"라며 "재벌경영, 황제경영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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