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저탄소차협력금제 유예에 '어부지리'
친환경차, 저탄소차협력금제 유예에 '어부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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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정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를 2020년까지 연기를 발표하자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계자들은 보조금과 세제 감면 혜택 등의 확대로 정부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 기준은 여전히 강화되고 있어 국내 완성차업계의 미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 정부, 친환경차 재정지원 확대…車업계 "환영"

5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를 위해 대기환경보전법 부칙에서의 시행 시기를 기존 2015년에서 2021년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전기차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가 이같은 발표에 자동차업계는 즉각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정부의 제도유예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개발과 내연기관 연비향상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등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도가 마련되는 과정에서부터 심한 반발을 보여왔던 현대·기아차, 쌍용차 등 완성차업체 측에서도 "연비 향상 기술을 향상시켜 2020년까지 정부가 제시한 협력금 기준에 따를 것"이라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화답했다.

정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유보하는 대신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 등 재정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전기차업계는 걱정을 덜게 됐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 등으로 아직까지 내연 기관 차량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고, 인프라 구축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이라 정부의 직접적 도움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지원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도입 초기라는 특성을 고려해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으나 정부는 내년부터 이를 폐지하고 저탄소차협력금제도로 대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내년 전기차 보조금(대당 1500만원) 지원 대상은 1600대 이상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되고 최대 400만원의 세제감면 혜택도 연장될 예정이다. 또 공공기관 업무용차량 구입시 전기차 의무구입제도를 병행해 가격하락을 유도하고 보급확대를 선도해 나갈 방침이다.

◇ 하이브리드차도 수혜기대…환경단체 "폭탄 안게 된 것"

앞서 환경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를 구매 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제도로 국내 완성차업계의 눈총을 덩달아 받아왔던 전기차업계는 정부의 직접 지원이 이뤄져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디젤차에 밀렸던 하이브리드차도 성장이 주목된다. 정부는 취득세, 개별소비세 등 최대 270만원인 세제 감면 혜택을 연장하고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g/㎞ 이하인 하이브리드차에 10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신설했다.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 중 보조금 대상은 도요타 프리우스, 렉서스 CT200h,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와 인사이트, 포드 퓨전, 링컨 MKZ 하이브리드, 현대차 쏘나타 2.0 하이브리드, 기아차 K5 2.0 하이브리드 등 8종이다.

하이브리드차 강세를 보여왔던 도요타 측은 "보조금 확대 및 세제혜택을 통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보호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친환경차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 강화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프리우스 택시가 출시됐으며 올해 하반기 렉서스 NX300h 하이브리드, 캠리 하이브리드가 출시될 예정이다. 또 내년 중에는 프리우스V와 렉서스 IS300h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하이브리드차는 디젤차와 같이 연비에 강점을 갖고 있으나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이브리드차의 점유율은 올해 1~7월 판매량 기준으로 국산차와 수입차 시장에서 각각 2.1%, 0.9%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와는 달리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없어 보조금 혜택이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유예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말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유럽 등 국제적인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에 오래 전부터 대응해왔고 해당 국가의 규제를 만족하는 자동차를 주력 차종으로 수출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이같은 결정을 내놨다"며 "이는 불합리한 국내 자동차 소비구조를 유지해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를 마련한 환경부가 이번 결정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 환경 단체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 기준에 대한 기준이 국제적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중 ·대형차가 강세이며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디젤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를 적절히 규제하고 이끌어야할 환경부가 제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한국은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평균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기존 140g/km 수준에서 2020년까지 EU, 일본 등 선진국과 유사한 97g/km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같은 로드맵에 맞추기 위해 완성차업체가 배출가스 저감 기술을 끌어올리고 자동차 시장이 변화하기까지 약 6년 가량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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