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 협상, '제3협상주체' 문제로 '공전'
삼성-반올림 협상, '제3협상주체' 문제로 '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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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상기 반올림 협상단장(왼쪽 위),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위원들(아래)이 3일 협상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 응하고 있다. (사진=박지은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지킴이)' 간 7차 협상이 새국면을 맞았다. 양측은 반올림에서 분열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대책위)를 협상의 제3주체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공전를 거듭하다 이렇다할 성과없이 헤어졌다. 협상주체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가 그 원인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협상 전망도 밝지 않다.

3일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삼성전자와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유가족간 7차 협상이 열렸지만, 협상 주체를 둘러싸고 입장차가 커 협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이날 협상을 마치고 나온 송창호 대책위 위원은 "어떤 내용이든 피해자 규모나 보상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를 진행해보자"고 주장했지만 "반올림측이 협상주체에 대해서만 의견을 내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대책위는 반올림에서 분리된 백혈병 발병자와 그 가족들 6명을 의미한다.

송씨는 "우리도 반올림과 함께 다 같이 보상안을 합의하는 것을 바란다"며 "하지만 반올림측이 자기들이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주장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반올림과 협력해 같은 공간에서 협의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올림의 이 같은 태도에 삼성전자 역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협상을 마치고 나와 "오늘 협상에서 반올림 측은 가족 6명과 입장이 달라 함께 협상할 수 없다며 대화시작 1시간30분 만에 일방적으로 협상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백 전무는 "(삼성전자는) 함께 시작한 협상이니 타결까지 함께 잘 마무리하자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반올림은 여섯 분과 함께 대화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설명했다.

백 전무는 내부분열 문제를 삼성 탓으로 돌리는 반올림에 대해 "지금 상황의 원인은 가족의 요구를 외면한 반올림에 있다"며 "앞으로 사실과 다르게 협상 지연이나 균열의 책임을 삼성에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되풀이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반올림은 삼성전자와 대책위의 이 같은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공유정옥 반올림 간사는 "삼성전자에 제3의 협상주체에 대해 질문을 드린 상태라며, 17일 이전에 이메일로 답변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책위 여섯 분이 반올림과 다른 주장을 하겠다는 것을 막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황상기씨는 분열된 여섯 분의 가족 대책위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돈 문제를 먼저 꺼내며 8월 안에 보상 문제를 끝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며 "(긴 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해오며) 지쳤던 몇 분이 계셨고 금전적으로 급했던 분들이 계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는 협상팀 내 갈등이 보상문제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올림은 대책위가 주장한 반올림의 가족 의견 묵살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공유정옥 간사는 "특정인의 의견을 묵살한 적도 없었고, 늘 이견은 있었지만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기 위해 노력했다"며 "자신의 의견이 100% 반영됐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대책위의 8차 협상은 오는 17일 열리며, 다음 협상 역시 반올림과 대책위가 모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수현 전무는 협상장을 떠나며 "삼성전자가 생각하는 협상 주체는 백혈병 발병자와 피해가족이다. 반올림 측 역시 황상기씨와 김시녀씨 두 분이 계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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