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부동산규제…'서민 없는'(?) 경제 활성화
빗장 풀린 부동산규제…'서민 없는'(?) 경제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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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 이어 재건축·청약 규제도 완화
'폭탄 돌리기' 우려…주거안정 훼손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기 경제팀이 기존 부동산정책을 '여름에 입은 겨울옷'에 비유하면서 강력한 규제개혁을 통한 주택시장 활성화를 내건 지 3개월도 채 안 돼 파격적인 실행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나친 '시장 활성화' 일변도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등한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에 이어 이번에는 공급 측면에서 재건축 규제를, 수요면에서는 청약 규제를 모두 풀기로 했다. 현재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용,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이 포함될 경우 사실상 쓸 수 있는 '패'를 모두 내놨다는 평가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9.1부동산대책)'은 그 완결판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네 번째, 최경환 경제팀 출범 후 두 번째 대책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은 지나친 규제를 풀어 서민 주거안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주택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심리는 있지만 아직 회복된 것은 아니다"며 "이번 대책은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승환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발표된 네 차례 주택 대책들은 거래 정상화와 보편적 주거복지를 달성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일관된 정책 기조인 주택시장 정상화와 보편적 주거복지 달성을 순차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주택경기 부양 의지를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켰으며 이번에는 주택거래 활성화와 심리개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7.24대책을 통해 LTV와 DTI가 완화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고 기준금리 인하까지 더해져 부분적으로 회생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고 있었다. 정책발표가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국토부가 집계한 7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7만6850건으로 전년동기대비 94.0% 증가했다. 5년 평균치에 비해서도 24.6% 늘었다.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최 부총리 내정 전인 6월 첫째 주 627조3488억원이던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8월 첫째 주 631조3389억원으로 불었다. 두 달 만에 4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초구는 1조2622억원, 강남구는 9897억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주택정책 기조가 서민들을 위한 주거안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나치게 '경제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가계부채 등의 부작용이 초래된다는 우려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임의적 수요를 창출해 '빚내서 집 사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며 "이러한 정책 효과는 집값을 반짝 띄울 수는 있겠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종국에는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민 모두가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변동추이에 보다 주도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최경환팀'의 부동산 부양 노력이 또 한 번의 '빚잔치'로 끝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2008~2013년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연 평균 8.7%로 가계소득 증가 속도(4.7%)에 비해 현저히 빠르다. 뿐만 아니라 7.24대책과 기준금리 인하로 7개 주요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한 달 사이 4조원이나 늘었다.

이와 함께 '시장 활성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등한시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임대주택 및 소형 저가주택과 관련된 완화안이 저소득 시민들을 더욱 한계 상황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재건축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인 기부채납 조건은 완화하면서도 재개발 사업 때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낮추고 청약제도를 바꿔 무주택자들의 주택 진입장벽을 오히려 높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셋값 고공행진에 월세전환도 늘어나면서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세입자의 주거권 보호, 주거공간 확보를 위한 임대주택과 소형 저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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