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현대차, 한전부지 입찰 놓고 '자존심 대결'
삼성 vs 현대차, 한전부지 입찰 놓고 '자존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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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은기자

현대차, 로드맵 발표 '적극 구애'…삼성 '일단 신중'

[서울파이낸스 박지은 송윤주기자] 한국전력 본사 부지매각의 경쟁 입찰이 시작된 가운데 재계 서열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세기의 자존심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향후 로드맵까지 발표하며 전사적 구애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신중모드로 접근하며 차별화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 7만9342㎡에 대한 경쟁 입찰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부지 감정가로는 3조3346억원을 제시했다.

최고 가격을 제시한 최종 낙찰자는 입찰 마감 다음날인 9월18일 선정된다. 낙찰자는 10%의 계약 보증금을 뺀 인수대금을 계약일로부터 1년 안에 3회에 나눠 낼 수 있다.

◇ 현대차 "테마파크·컨벤션센터로 건설"

현재까지 거론돼온 한전부지 인수 후보자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양재동 본사가 계열사 임직원의 3분의 1도 수용하지 못하는 탓에 한전부지 확보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사옥 설립 과정에서 서울시의 정책에도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날 현대차는 "한전부지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한전부지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해 공공성에 근거해 서울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조성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이 지역에 그룹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 체험 공간 등을 건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측 관계자는 "(랜드마크를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편 연간 10만 명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과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이처럼 한전 부지 확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지리적 특성상 브랜드 가치 제고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와 경쟁하는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GM, 도요타 역시 본사와 출고센터, 박물관, 전시장, 체험관 등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박물관과 전시장, 체험관 등은 지역 관광 코스로 운영되기도 하는 만큼,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현대차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삼성 "신중히 검토해 입장 밝힐 것"

현대차그룹과 달리 삼성그룹은 비교적 신중한 태도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여러 계열사가 모여 있는 서초 사옥이 건재하고, 수원, 용인 등 수도권 인근에 사업장 역시 공간이 충분하다는 점이 주된 배경이다.

이날 삼성그룹 관계자도 "일단 공고가 나왔으니 실익과 조항, 필요성 등을 면밀히 고려해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한전부지 인수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된 부분이 전혀 없다'던 기존 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 2011년 삼성생명이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매입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최대 경쟁자로 거론돼 왔다. 또 이보다 앞선 2009년에는 건설계열사 삼성물산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본사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물산과 포스코의 컨소시엄이 유효한지는 알 수 없다"며 "이미 시일이 오래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굳이 수조원대의 거액을 조달해 한전 부지를 매입할 유인이 충분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그룹이 강남 3구에 확보한 부동산 평가액은 12조6080억원으로 10대 그룹 중 최고 규모다. 서초동 등 접근성이 뛰어난 강남일대에 토지 44건(48만7500㎡)을 소유하고 있으며, 토지 평가액만 8조원을 훌쩍 넘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등 주요 건물 20여개의 평가액만 4조4920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 사업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이 입찰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에 대해 "당장 그만한 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구체적으로 나온 정황도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한전은 올 11월 광주·전남 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길 계획이며,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총 3조원 규모의 부채를 감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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