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투자업계에 필요한 '이순신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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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고은빛기자] 금융투자업계의 지속된 실적부진과 인력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업계 CEO들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물론 일부 선물사부터 금융투자협회 대표까지 노사갈등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노사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직접적인 배경은 인력감축이다. 수익난에 직면한 증권사들이 판매관리비를 전격적으로 줄이기 시작하면서 지난 3월 기준 국내 증권사 직원수는 총 3만914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전체 직원수가 4만241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들어 1000명이 여의도 증권가를 떠난 셈이다.

이미 선물시장 침체로 수익난이 계속됐던 선물사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선물의 경우 지난 2012년 적자탈피를 위해 10% 수준의 감원을 진행했고, 이번에도 구조조정을 통해 70명 직원 중 6명이 짐을 쌌다.

이 과정에서 김광남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선물업계 안팎에서는 "임원 3명이 회사 전체 임금의 상당부분을 가져간다"며 직원들을 경영악화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비난이 파다하다. 최근 임원급 25%, 부장급 10% 임금감축안을 밝혔지만 이미 상당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 뒤였다.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금융투자협회도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다. 최근 금투협 노조는 무리한 조직운영 및 구조조정 등 박종수 회장의 리더십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의 벽보를 붙이기도 했다. 금투협 역시 2012년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총 49명이 회사를 떠난 상황이다.

이와함께 노조는 금융권 협회장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준인 5억원대의 연봉을 문제삼기도 했다. 지난해 금투협 임원 연봉도 3억6300만원으로 은행연합회 등 다른 협회 중 가장 많았다.

최근 재계는 물론 금융권에서는 영화 '명량'의 흥행 돌풍에 힘입어 '이순신을 배우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의 마음가짐으로 위기를 극복해가자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은 '솔선수범'의 태도였다. 위기의 상황에서 "나를 따르라"며 가장 먼저 선봉대에 섰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희생 강요에 앞서 자신이 먼저 희생을 감수하는 태도가 위기의 금융투자업계 리더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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