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고섬 사태의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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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고섬 사태 이후 투자자들이 중국기업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있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이 저금리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설수록,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중국기업 상장을 통한 거래소 글로벌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중국기업의 국내증시 상장 움직임에 대한 한국거래소 관계자의 반응이다. 분식회계 논란으로 거래가 정지됐던 '고섬사태'는 이미 3년이 지났지만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중국고섬에 이어 연합과기와 성융광전투자까지 줄줄이 감사의견 거절로 국내시장에서 쫓겨나면서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심화된 탓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중국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접한 지리적인 이점은 물론이거니와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고 아직 발굴되지 않은 우량주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는 유럽증시 회복으로 순위서 살짝 밀려났지만, 지난 3년간 중국주식은 국제거래(한국기준)에서 홍콩, 일본, 미국 다음인 5, 6위를 차지했다. 색안경을 낀 것 치고는 예상보다 높은 관심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증권가도 외국인에게 투자를 개방하기 위해 마련된 중국 정부의 '호항통' 정책 시행 기대감에 관련 금융상품을 준비하는 등 중국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호항통'이란 '상해와 홍콩을 통한다'는 의미로, 상해-홍콩거래소 교차거래가 허용된 곳을 말한다. 
 
물론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은 중국기업은 물론 해외기업 투자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해외기업에 대한 세법규정을 정확히 숙지하기가 어려운 데다 국가별 기업정보 부족, 그리고 개인투자자의 참여 제한 등으로 증권사를 통한 해외투자 간접상품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소가 중국을 비롯해 해외기업들의 국내 상장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여기에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저금리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금융(IB) 전문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기업은 자국에서 상장하는 데 3~4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시장 진입을 원하는 기업이 매년 500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IB경험이 부족한 국내 증권사 입장에서는 중국기업들의 러시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거래소 역시 고섬사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중국 우량기업 발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6월 중국 산둥성에서 중국기업 유치활동을 벌인 바 있다. 거래소 측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기업들이 국내증시에 들어올 때 회계감사 등 외부심사 요건을 보완했기 때문에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일단 국내 증시의 글로벌화와 투자 활성화라는 취지의 방향성은 좋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 우량기업들이 국내 증시에서 반면교사가 아닌 타산지석으로 평가받는 기업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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