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임 한은 총재의 그림자
[기자수첩] 전임 한은 총재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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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취임 이후 금융통화위원회를 5차례 주재하면서 안팎으로 중앙은행 수장으로서의 존재감을 알려왔지만 전임 총재의 그림자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이달 21∼23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잭슨홀 미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주열 총재의 불참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해당 회의에 한은 총재가 불참한 것이 5년만이란 점도 충분한 얘깃거리지만, 이 기간 특별한 일정이 없다는 점에서 논란거리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정이 없었다'가 맞다. 이주 초 잭슨홀 불참 소식이 확산되자 급작스럽게 이 총재의 일정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총재는 잭슨홀 미팅 일정 가운데 22일 부산국제금융센터 준공식에 참석한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잭슨홀 회의는 학술회의 성격이 짙은데다 내달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총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냐는  설명이다. 또 총재 대신 참석하는 서영경 부총재보를 통해 내용을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을 불식시키기에는 한은의 해명이 석연찮다는게 금융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회의 의제가 '고용'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나, 재닛 옐런 미 연준(Fed) 의장이 처음으로 참석해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시그널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를 사전에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한은 안팎에서는 전임 김중수 총재의 '그림자'에서 비롯된 논란이라는 해석도 심심찮게 나온다. 김 전 총재의 경우 재임기간 내내 해당 회의에 참석했고 국제무대의 규모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행보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바깥살림 챙기느라 안살림은 등한시했다는 혹평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사실 이 총재는 취임하자마자 김 전 총재의 색깔 지우기에 나선 바 있다. 시장과의 소통 부재, 내부 조직관리 문제 등 김 전 총재의 과오(?)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 총재가 취임 초부터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및 '중립성'을 강조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한은 외부 사람이 이 총재의 잭슨홀 미팅 불참의 속사정까지 정확히 헤아리기는 어렵다. 다만 김중수 총재의 색깔 지우기, 혹은 무조건적 차별화 행보만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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