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에 금리인하…전세 세입자들 '한 숨만'
규제완화에 금리인하…전세 세입자들 '한 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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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 중심' 정책으로 전세 품귀현상 심화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대다수 전세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빚을 내 집을 사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금이 오르거나 월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임대소득 감소, 세입자에 부담 전가"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0.25%p 낮췄다. 이는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수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금리 인하는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달 시행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와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그러나 집주인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들은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금융기관 등에 맡겨두고 이자소득을 얻는다.

요즘처럼 집값 상승 기대감이 희박한 시장에서 보유세 등 유지보수비용을 충당하려면 전세금에서 이자라도 챙겨야 한다. 하지만 금리 인하와 함께 시중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이자소득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 금융소득으로 유지비용을 메우기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반전세, 월세가 늘어난 것도 저금리시대가 도래하면서다.

이는 결국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바꾸는 배경이 돼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줄어든 이자소득을 다달이 받는 임대료 수입으로 채우는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월세거래량은 19.2% 증가한 반면 전세거래량은 0.6%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말 전세거래량은 10% 감소하고 월세거래량은 15.4% 증가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금리가 떨어질수록 월세로 바꾸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집주인들은 월세소득이 과세 대상임을 고려해 세금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섞는 반전세로 물건을 내놓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전셋값 고공행진 부추길 수도"

물론 금리가 낮아지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구하기도 쉬워진다. 전세대출 받을 때 지불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종전에 비해 줄어들면 전세금 인상에 대한 세입자의 저항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전세수요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상층부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대출을 받아 집 사는 사람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빚을 내서도 집을 살 형편이 되지 못하는 서민들이 사각지대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월세시장 역시 세입자들에게 벽이 높다. 렌트라이프가 201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토부가 발표한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월세(순수 전세 제외) 거래 5만6721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의 연립·다세대주택의 월세는 평균 45만원으로, 2012년 상반기에 비해 3.9%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임대인의 월세전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임대주택에 대한 공급은 줄어들고, 그러다보면 전셋값은 당연히 올라가게 된다"며 "그에 해당하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능력이 안 되는 임차인들은 월세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와 함께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크게 늘지 않으면 월세 비중 확대로 전세공급이 줄면서 이미 고공행진 중인 전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시장에서 전세물건이 더욱 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지 않아도 전세수요에 비해 물건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금리 인하 영향으로 전세 품귀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정 위원도 "전세물량 부족이 고질적인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세입자들의 매매전환을 유도하지 못하고 전셋집의 월세 전환만 부채질한다면 전세시장 수급은 더욱 악화돼 전셋값이 뛰는 불안이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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