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 백혈병 협상 '진전'…5명 "보상 먼저"
삼성-반올림 백혈병 협상 '진전'…5명 "보상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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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상기 반올림 피해가족 대표(왼쪽)와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가 6차 협상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박지은 기자)

보상범위·재발방지책 논의 본격화…다음달 3일 7차 협상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전자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 지킴이)'이 6차 협상에서 급진전을 이뤘다. 반올림의 내부 분열이라는 암초를 만났지만 협상은 구체적인 보상안 논의로 향하는 물꼬를 텄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6차 협상을 열고 재발방지와 보상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반올림 협상단의 분위기는 시작부터 미묘했다. 먼저 도착한 5명의 피해가족과 황상기씨 외 2명이 따로 협상장에 들어섰다. 앞서 진행된 협상에서는 8명의 협상단이 함께 입장했었다.

이같은 행보는 내부 의견차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반올림 협상단 8명 중 5명은 보상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의사를 삼성전자에 밝힌 상태다. 나머지 가족 3명은 산재 신청자 전원이 보상 받을 때 까지 삼성과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황상기씨는 "삼성 반도체 공장과 LCD 공장 등에서 (근무하다가) 암에 걸렸다고 신고가 들어온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우린 이분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나머지 5명은 보상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 협상단의 '분열'에 삼성전자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협상을 마친 후 "(반올림 측의) 의견이 5명과 3명으로 나눠져서 곤혹스럽다"며 "다섯 피해가족의 제안은 긍정적이지만 세분으로 나눠져서 곤혹스럽고 통일된 안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백 전무는 "5명 역시 재발방지나 사과 등에 대한 협상에 계속 참여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올림 측의 내부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이날 협상은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뤘다. 그동안 양측이 첨예하게 맞섰던 보상 범위와 재발방지 대책 부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산업재해 신청을 한 33명의 명단을 전달했다. 삼성전자 역시 △소속회사 △질병 종류 △재직기간 △재직 중 담당 업무 △퇴직 시기 △발병 시기 등 6가지 기준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서도 진전을 위한 물꼬를 텄다. 양측은 협상을 통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선정해 종합 진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백 전무는 "다음 회의에서 제3의 기구를 어떻게 선정할지 논의하기로 했다"며 "제3의 기구에 의해 종합 진단이 실시되면 그동안 논란이 됐던 재발방지 관련 각종 쟁점에 대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다음달 3일로 예정된 7차 협상에 대한 기대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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