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수순 돌입…협력사들 '벌벌'
현대차 노조, 파업 수순 돌입…협력사들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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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현대자동차 문화회관에서 제120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참석자 만장일치로 파업을 결의했다. (사진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현대차가 통상 임금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의 파업 결의로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더불어 피해가 예상되는 부품협력사들도 당초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 됐다며 노조의 파업에 반발하고 있다.

13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임금 협상과 관련해 지난 12일 제120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노동쟁의(파업) 발생을 결의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이후 2009~2011년 제외하고 매년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오는 14일부터 나흘간 전체 조합원 4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하며, 여기서 파업이 가결되면 18일 쟁의대책위원회 체재로 전환해 단계별 파업에 들어간다.

◇ 지난해 파업여파 1조원 이상
현대차는 지난 2분기 환율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3.3% 감소해 사실상 '어닝 쇼크'를 맞았다. 이에 현대차는 영업이익률에서도 9.2%를 기록, 토요타(10.8%)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내수 시장에서도 수입차의 공세로 안방지키기에 고전 중이다.

현대차에서는 파업으로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15일 간 실시한 10여 차례의 부분 파업으로 당시 현대차는 총 1조 1000억원의 생산 차질을 입었으며 같은 기간 부품업체들의 손실액은 총 540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 2012년에는 20일 간의 부분 파업으로 현대차가 입은 손실 추정액은 1조7048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가 손실을 입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품협력사에 돌아간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지난해 현대차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손실액 5400억원을 조업일수로 250일 나누면 하루 평균 약 900억의 손실을 부품업체가 떠안아야 한다고 추산해다.

현대•기아차의 납품업체는 1차 협력사만 해도 330여개가 넘는다. 여기에 2, 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4000여개에 이르기 때문에 현대차의 공장이 멈출 경우 협력사에게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현대차의 생산량이 10% 이상 감소하면 부품업체의 직원 당 월급여는 수십만원까지 줄어들 정도로 여파가 크다"며 "현대차의 경우 파업 기간 동안 쌓아둔 재고를 소진할 수 있지만 부품업체들은 현대차가 주문한 물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파업으로 영업활동은 사실상 올 스톱된다"고 토로했다.

◇ "통상임금 범위 확대" 요구에 사측· 부품업계 결사반대
이번 파업에서 현대차 노조는 임금 인상보다 통상임금의 확대를 강력 주장하며 정기상여금은 물론 휴가비, 개인연금, 복리후생비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한국GM과 쌍용차 등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합의한 점을 들어 이를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의 입장도 완고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2년 임단협 당시 통상임금과 관련, 법적 소송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측은 이번 임단협에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안건으로 채택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차는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를 절대 불가하다며 수차례 강조해왔다. 현대차는 2개월에 한번씩 100%의 상여금을 지급하는데 월 15일 이하 근무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대차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의 기본 조건인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주장이다.

현대차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인건비 부담이 10~15% 늘어나 3년 소급분까지 첫해 5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차의 인건비 부담을 더 걱정하는 것은 부품업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면 부품업체가 부담해야 할 연간 인건비 부담액이 5914억원에 이르며 이 금액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인건비 부담이 올라가면 현대차는 결국 중국 등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거나 주력 시장의 현지 생산을 늘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차는 중국 4공장을 추가 건설을 계획 중이고 기아차는 이달 내 멕시코 공장 설립을 결정할 예정이다.

부품업계는 산업공동화에 따른 고용악화로 투자는 13%가 감소하고 7516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현대차가 파업을 할 때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의 1인당 평균연봉이 9400만원에 이르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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