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부재 100일] 이재용 리더십 '시험대'
[이건희 회장 부재 100일] 이재용 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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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건희 삼성 회장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이건희 회장의 경영 공백이 100일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 기간 중 삼성은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 둔화에 직면하면서 당장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업계는 이 부회장이 올해로 76주년을 맞은 거대 삼성그룹에서 어떠한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주춤'…新성장동력 모색 '숙제'

13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현재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는 점차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5월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장 혈관 확장수술인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았다. 이날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지난 6월 18일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설명한 이후 두 달 가까이 경과를 지켜본 결과, 회장님 건강은 여러 가지로 상당히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도 "이 회장이 하루 8~9시간 정도 눈을 뜨고 손발을 움직이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회복해 기력을 되찾더라도 고령임을 고려해 조속한 경영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시기가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단 이 회장 입원 이후 삼성그룹은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다.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그룹을 운영하고 있고, 삼성에버랜드 상장 등 굵직한 현안 역시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위기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이 정체 국면을 맞으면서 이익이 수직 하강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약 9500만대의 휴대폰을 평균 230달러에 판매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의 비중은 75% 이상으로 약 7500만대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1분기 평균 판매단가인 240달러와 비교해 소폭 감소한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12.2%의 점유율을 차지해 샤오미(13.8%)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스마트폰 산업 둔화가 가시화 됐지만 그룹 차원에서 육성해온 5대 신수종 사업은 아직 시장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경영에 복귀한 후 △태양전지 △자동차용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을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들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기어2'와 '기어핏', '기어라이브' 등 웨어러블 기기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시장 초기 단계일 뿐 삼성전자 매출을 이끌기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수종 사업의 경우 본격적인 시장 확대와 수익모델 창출 전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삼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 시작 전에도 삼성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과도기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 위기의 삼성?…소송철회·백혈병 보상 문제 '물꼬' 

이처럼 삼성그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팎의 관심은 이 부회장의 행보로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 주 중국 베이징 삼성전자 중국 법인에서 본사 IM부문과 중국 법인의 총괄 이상 임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진행한다.

삼성그룹의 일상적인 업무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경영진이 협의해 처리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부재 기간 중 '삼성-애플의 소송철회'라는 가시적 성과도 나타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미국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하고 돌아온 지 2주 만에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라 여러 관측을 낳았다.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모든 특허 소송을 철회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됐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선밸리에서 열린 미디어콘퍼런스에서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과 나란히 있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낳기도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 역시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직접 나서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약속하는 등 쟁점 사항에서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열렸던 1차 협상에서 협상단 자격을 문제 삼아 결렬에 이른 전례로 비춰볼 때 이 부회장의 전향적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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