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살아난' 부동산시장, 국회·건설사에 발목?
'불씨 살아난' 부동산시장, 국회·건설사에 발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로 부동산시장의 불씨가 살아날 조짐이다. 하지만 주택 매수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는데다 후속입법과 제도 시행 문제, 주택건설업계의 과잉공급 등이 발목을 잡아 중장기적인 가격 반등은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출규제 완화 이후 가장 먼저 긍정적 시그널을 보인 곳은 역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다. 얼어붙었던 시장 분위기가 풀리면서 매물 문의가 이어지고 실제로 거래증가와 함께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 35㎡가 전월대비 2000만원가량 오른 6억2000만원 선에 거래가 됐으며 대치동 은마아파트 76㎡ 역시 9억원 선에 거래가 이뤄지는 등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송파구 잠실리센츠 84㎡도 10억5000만원 선을 넘어서는 등 매물이 급격히 회수되면서 강세를 타고 있다.

7월 서울권의 아파트 거래건수와 가격추이를 보면 더 확실하다. 7월 거래건수가 6142건으로 전년동기(2118건)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5~6월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7월 평균 거래건수로도 2009년 이후 5년 만에 600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거래량 확대 이상은 무리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 여전히 부동산 규제 관련 법안들이 계류 중이며 건설업계의 밀어내기식 분양으로 인한 과잉공급이 주택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건설사 '밀어내기식' 과잉공급…미분양 증가 우려
실제로 건설사들은 이미 올 상반기부터 신규 분양물량을 대거 쏟아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상반기 아파트 분양물량은 최근 5년 새 최대치인 총 13만5000여가구로, 전년대비 33%나 늘었다. 수도권은 27% 증가한 8만4000여가구, 지방도 37% 늘어난 8만3500여가구가 공급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부양책이 발표되면서 시장이 해빙분위기를 맞을 때마다 주택업체는 아파트 공급 물량을 크게 늘리는 것이 생리적 현상"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과잉공급을 가져오고 다시 부메랑이 돼 시장 활력을 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라고 설명했다.

하반기도 마찬가지다. 7월부터 연말까지 공급 중이거나 공급이 예정된 아파트 분양물량은 18만2400여가구로, 수도권의 경우 전년대비 약 4% 증가한 8만7400여가구가 출시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시장상황에 따라 목표치보다 실제 분양물량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시장 회복세가 시작될 때 분양물량을 늘리고 시기를 앞당기는 건 수익극대화의 원칙과도 같다"며 "지금이 사업성 악화로 이자만 내고 있는 악성 부지를 털어내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공급과잉은 주택시장을 다시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감소세를 보이던 미분양 주택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우려가 현실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주택수요가 주로 분양시장에 쏠리니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새 아파트 공급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지금 주택시장은 한정된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이 분양시장에 몰리면 기존 재고주택 시장은 침체될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6만1091가구였던 미분양이 지난 4월 4만5573가구로 최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5월 말 4만9026가구로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6월 말에는 5만257가구로,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 '대통령도 촉구한' 후속입법 처리, 쉽지 않아
이와 함께 조속한 후속입법과 제도시행도 필요해 보인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흐름이 일시적이냐 아니냐는 후속조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며 "재건축 활성화방안, 청약통장 및 공급규칙 개편 등이라도 스케줄대로 이뤄져야 올 가을 거래 증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 내에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세월호 국정조사와 세월호 특별법 진행 상황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데다 일부 상임위원회의 경우 인사청문회도 남아 있어 법안 심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전날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갖고 19개 경제활성화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계류된 법안들은 하나같이 국민생활, 일자리 창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며 "모든 정책은 정치권과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여야의 협조를 촉구했다.

부동산 정상화의 경우 주택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담고 있는 주택법과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폐지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재건축시 소유 주택 수만큼 신규주택 공급을 허용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일들이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라며 "조속히 처리돼야 하는 법안이 주택, 투자 등에서만 최소 30여건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여당 역시 법안 처리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부에서 19개 경제 관련 민생법안이 와 있는데 주택법 등은 발의가 된 지 2년이 다 돼 간다"며 "민생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만큼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미룬 채 정부와 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았다고 19개 법안 국회통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부동산 관련 법안의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