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급락+신용강등 우려…현대重, 1조 적자충격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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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한달새 3조원 증발…임금협상 지연 등 경영난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온 현대중공업이 올 2분기 1조원 영업손실이라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3사 중 최고 수준인 AA+을 유지해온 신용등급은 강등될 위기에 처한데다 실적 발표 전후 한달 새 수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증발했다. 여기에 나아질 줄 모르는 업황과 노조 임금 협상 지연 등 대내외적인 위협요인까지 겹쳐 최악의 경영위기에 맞닥뜨린 모습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14만2000원에 마감됐다. 지난달 2일 18만2000원으로 마감된 것과 비교하면 한달새 주가가 20%가량 떨어진 셈이다. 이와함께 13조8320억원에 달하던 시총도 10조8680억원으로 쪼그라들며 한달만에 3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달 29일 발표된 2분기 실적 쇼크다.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1조103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12개월을 통틀어 낸 영업이익이 8000억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 발표는 충격이 컸다.

현대중공업 측은 조선·해양플랜트 대형공사에 약 5000억원 가량의 공사손실충당금을 미리 쌓았기 때문에 향후 손실을 일정 부문 만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기반영된 손실분을 전액 충당한다고 해도 이미 6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낸 셈이라는 점에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신용평가 3사가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하는 등 여파도 즉각적이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설정했으며, 한국기업평가도 현대중공업을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설정했다. NICE신용평가도 현대중공업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당장은 전망 조정 수준에 그쳤지만 시장에서는 분기실적이 공식 발표되는 오는 15일 신평사들이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 강등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신평사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사상 최악의 적자 사태를 외면할 수 없을 것라는 분석에서다. 한기평은 최근 현대중공업 대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현대중공업과 같은 등급인 AA+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대형 프로젝트 공정 지연에 따른 손실과 저가 수주실적 반영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이다. 근본적인 업황 회복의 지연과 노조와의 임금협상 지연 등 대내외적 악재도 상존한다.

이와 관련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기를 시작으로 저수익 프로젝트의 매출 반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대규모 프로젝트의 설계변경과 공정지연 등 생산차질도 일시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는 2016년까지는 1~2% 내외의 저수익성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충당금을 제외해도 조선해양프랜트 부문의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충당금 감소와 함께 해양 및 플랜트 부문의 수익성, 정유부문의 실적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어느 부분도 확신하기 어려워 하반기까지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현재의 실적악화 기조가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점이 장기적인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주에 피해를 입은 국내 상위조선사들은 수익성 향상을 위해 대형 선박과 수주 방향을 선회했지만 최근 해당 분야의 발주 자체가 드물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며 "업황이 근본적으로 살아나지 않는 한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의 협상 타결 지연도 난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이어왔으나, 올해에는 최근 열린 27차 교섭에서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한 가운데 노조 집행부는 노동쟁의 조정신청 등 쟁의권 사용도 불사하겠단 입장이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관련 현대중공업은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수익성 개선과 효율성 극대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노조와의 임금 협상도 휴가를 마치는 오는 18일 재개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영위기상황에 대한 임직원들의 공동인식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9일 경영현황설명회를 시작으로 인력과 조직, 제도를 재편할 방침"이라며 "원가절감과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수익성 우선의 영업활동을 펼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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