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반올림, 7시간 마라톤협상에도 입장차만 재확인
삼성전자-반올림, 7시간 마라톤협상에도 입장차만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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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올림 피해가족 대표 황상기(가운데) 씨가 5차 협상에 들어가기 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새 쟁점 부각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협상이 공전하면서 장기화할 조짐이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만나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5차)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도 이견만 확인한 채 성과없이 끝났다.

◆ 반올림, 삼성 내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 설치하라"

이날 협상은 재발방지 대책 논의, 보상 범위와 보상위원회 문제, 사과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양측은 주요 쟁점인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반올림 측은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와 '외부 감사단'을 회사 내에 상시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 단체의 구성원을 반올림이 추천한 인사들로 절반 이상 채울 것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올림의 요구에 대해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사실상 우리가 볼 땐 '반올림 위원회'를 회사 안에 상시 설치하라는 요구라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보상 범위에 대한 이견차는 5차 협상에서도 이어졌다. 황상기 반올림 피해가족 대표는 "오늘도 삼성전자는 8명(협상 참여가족)에 대한 답만 가지고 나와 원하는 답은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며 "삼성이 좀 더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황씨는 "(우리가 제안한 내용은) 산재 신청을 한 모두를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는 그런 안이었다"며 "(삼성전자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올림 측은 지난 4차 협상 때도 "삼성은 모든 산재신청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중재기구를 통해 보상의 기준과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삼성전자는 "산재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앞서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산재를 신청한 모든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삼성전자 "모든 산재신청자 보상은 어려워…구체적인 협상 필요"

백 전무는 "반올림 측이 산재신청자 전원에 대한 보상을 거듭해서 요구했다"며 "안타깝지만 산재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보상하기가 어려운 만큼 수정된 안을 가져올 것을 요청했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백 전무는 "반올림 측이 오늘 가져온 보상안 내용은 지난해 12월 요구한 내용을 되풀이 한 것"이고 "(오늘 반올림이) 추상적인 내용만 가져와서 또 숙제만 남겨줬다는 생각"이라며 반올림 측의 협상 태도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백 전무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여러 어려움에도 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덜어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협상의 조기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올림 측이 삼성전자에 전달한 보상 관련 세부내역은 △진단, 치료, 간병 등에 소요되었거나 소요될 일체의 경비 △당사자가 사망이나 질병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어 생긴 피해 △질병으로 인한 부모, 가족, 자녀, 배우자의 경제적 피해 △질병이나 산재 인정으로 인해 발생한 당사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협상을 마치고 나온 반올림에 소속된 한 피해자가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며 언성을 높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 피해자는 "모든 것을 다 말하겠다"며 "오늘 회의장에서 나눈 이야기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6차 협상은 다음달 13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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