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탄소배출권 거래제 '준비태세' 돌입
전자업계, 탄소배출권 거래제 '준비태세'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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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시장 대응 일환…제품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인증 고려"

[서울파이낸스 고은빛 박지은기자] 전자업계가 내년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앞서 전방위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수출에 집중하는 국내 전자업계의 특성상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를 까다롭게 하는 유럽 등 해외시장에 미리 대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 관계자는 "저탄소 관련 이슈는 이미 수년전부터 대비해온 이슈로 수출품목이 많은 만큼 국내와 국제 친환경 및 저탄소 인증까지 모두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수출품목의 경우 해당 국가가 원하는 친환경 제조과정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사업장의 작업환경을 교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탄소배출권연구소에 따르면 전자 및 디스플레이 업계의 탄소 배출량은 철강 업계 대비 4분의1 수준이다. 지난해 명세서 기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종의 탄소배출량은 2738만8069톤으로 전체 업종의 비중에서 4.75%를 차지하고 있다.

◆ 삼성의 '녹색경영'·LG 'EESH' 체계 구축…나무심는 SK하이닉스

▲ 사진=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14)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녹색경영'과 'EESH' 체계를 구축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온실가스 원단위 배출량은 국내에서는 전년 대비 12% 감소한 2.23톤, 글로벌 에서는 9% 절감한 수준인 2.13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700만톤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각 사업장에서 생산설비 에너지 사용 효율화, 고효율 설비 도입 등 다양한 감축활동을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전 제조사업장은 국제환경안전 경영시스템인 ISO 14001, OHSAS 18001 인증을 취득했으며 사후심사 및 재인증 심사를 통해 환경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모든 제조생산법인(국내 6개 사업장, 해외 28개 사업장)은 국제 에너지경영시스템인 ISO 50001을 취득해 에너지, 온실가스 관리체계를 확립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 천안, 기흥 등 국내 전 사업장에 국제표준화기구의 에너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5001 인증을 획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ISO50001 인증을 통해 연간 26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소나무 5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들과 함께 EESH 체계를 구축했다. EESH는 LG전자의 에너지, 환경, 안전, 보건에 대한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1년 주기로 국제표준 및 관련 규제, 법규 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대비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실적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 또한 LCD 공정 중 배출되는 SF 가스를 회수, 파괴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도 진행 중이다.

▲ 사진=LG디스플레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14)
구미사업장에서 시행할 예정인 '보일러 FREE 사업장 구축'도 같은 맥락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내부 LNC 보일러를 사용하는 대신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외부업체로부터 스팀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해 탄소배출량을 줄일 방침"이라며 "보일러 FREE 사업장은 본격적으로 2016년부터 시작되며 내부 LNC 보일러는 비상용으로만 사용하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탄소중립화 지역에 산립조성사업을 확대하고,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친환경 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2009년 금강유역환경청과 MOU를 체결, 매년 대청호 수변구역에 숲을 조성하는 산림조성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 국내 및 해외서 친환경제품 인증에 나서

국내 전자업계는 사업장 외 친환경제품인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전자제품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갤럭시S5가 한국, 영국, 일본에서 탄소 인증 4종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갤럭시S5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탄소성적표지 인증과 더불어 영국의 카본트러스트(Carbon Trust)로부터는 탄소배출량인증(CO2 Measured Label)과 탄소감축인증(Reducing CO2 Label)을 동시에 획득했다.

LG전자는 전 과정 탄소배출량 산정을 위해 2011년에는 TV, 모니터, 세탁기, 냉장고, 시스템·가정용 에어컨, 휴대폰, 태양광 모듈을 포함한 8개 제품군에 대해 LCI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후 태양광 모듈을 제외한 7개 제품군에 대해 전 과정 탄소배출량을 산정해 매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또 지난해 기준 미국 무탄소 41개 모델, 스위스 Climatop 2개 모델, 프랑스 LCIE 1개 모델 등 국내외에서 누적으로 218개 모델에 대해 탄소관련 인증을 획득했다.

전자 및 디스플레이 업계가 탄소배출을 줄이고 탄소인증제 제품을 획득하는 것은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유럽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지만 사실 전자업계에서는 최근 3년 동안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인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선 글로벌탄소배출권연구소 대표이사도 "유럽 시장에서 화학 물질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는 만큼 이미 2000년 중반 일본 소니사의 플레이스테이션2도 전량 회수 조치도 취한 바 있다"며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여겨질 수 있는 만큼 국내 업계들이 탄소인증제 획득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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