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품가격 인상의 '불편한 공식'
[기자수첩] 식품가격 인상의 '불편한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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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라다기자] "식품 가격은 원재료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는데 왜 올렸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습니다"

최근 교촌치킨이 제품 가격인상을 결정한데 따른 경쟁업체의 반응이다.통상적으로 선두권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후발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따라 올리는 게 업계 관행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같은 발언이 주는 의미는 적지 않아 보인다.

동종 업계에서조차 파열음이 나올 정도로 교촌치킨의 가격인상이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앞서 지난 1일 교촌치킨의 치킨값 인상을 시작으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이미 커피 및 음료 가격을 올렸고, 내달 1일부터 동서식품이 커피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히는 등 최근 식품업계의 가격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교촌치킨의 사례처럼 가격인상의 뒷맛이 씁쓸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휴가철인 7~8월 사이에 가격인상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개운치 않다.

일반적으로 연말이나 새해, 연휴를 틈타 가격 인상을 시도하는 사례는 식품업계가 되풀이해온 전형적인 꼼수 행태다. 소비자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이용해 가격저항을 덜 받기 위함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가격결정 요인인 원재료, 임대료, 가맹 운영비 등 근거가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식 가격인상 행태까지 보이는 식품업체가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스타벅스가 임대료 등 부대비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으나, 오히려 매출 대비 임차료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료가 오른 주된 이유는 매장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원재료 가격이 올라 가격을 올렸다던 동서식품도 명분이 약했다. 협의회는 "올 상반기 아라비카 생두 1㎏의 올해 상반기 평균가격은 4179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3280원보다는 올랐으나 스타벅스가 커피 가격을 인상했던 2012년보다 10.4% 하락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서조차 외면을 받은 교촌치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계육협회가 지난 6월 평균 육계생계(대·1kg) 가격을 조사해보니 1748원으로, 전년(2202원)에 비해 20.6%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가 가격인상을 강행한 배경은 결국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스타벅스는 특유의 커피 향과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공고히 다져왔고, 동서식품도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독점업체다. 또한 교촌치킨역시 ‘간장소스 치킨’이라는 독자 기술력을 기반으로 마니아 고객층을 확보하며 저마다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이 내세우고 있는 브랜드 파워는 결국 소비자 개개인의 신뢰에서 비롯됐다. 브랜드파워에 기반한 업계 선두자리 역시 해마다 주인이 바뀔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근거를 찾기 어려운 가격 인상은 결국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고 기업과 소비자간 신뢰를 깨뜨리는 원흉이 된다.

강력한 브랜드파워 또는 충성고객이 많다는 이유로 제멋대로 가격을 올리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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