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 4차 협상, 사과·보상 문제 '원점으로'
삼성-반올림 4차 협상, 사과·보상 문제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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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왼쪽), 황상기 반올림 유가족대표 (사진=박지은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만나 5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 협상(4차)을 진행했지만 양측 모두 빈손으로 협상장을 나서야 했다.

3차까지 진행된 협상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양측간 협상 의제는 크게 세 가지. 삼성 측의 사과, 보상, 그리고 재발 방지책. 협상은 '명분과 실리의 조화'라는 말처럼 그 자체로 어려움을 내재하고 있는데다 '백혈병 산재'라는 사안의 중요성까지를 염두에 둘 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민감한 주제들임에 틀림없다.

이날 협상은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협상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동안의 탐색전을 마치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면서 양측의 뚜렷한 시각차를 확인하는, 그런 자리였다.   

◆반올림 "사과하라" vs 삼성전자 "이미 3차례 사과했다"

양측은 사과 문제에서부터 부딪쳤다. 협상을 끝내고 나온 황상기 반올림 유가족 대표는 "삼성전자가 이번 협상에 사과에 대한 부분을 준비해오지 않았다"며 "사과와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하느라 재발방지부분을 많이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 역시 "반올림 측이 사과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삼성전자 관계자도 "반올림이 협상을 시작하고 2시간30분 동안 사과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했고 이후 이인용 사장이 2차 협상에 직접 참여해 반올림과 피해자 가족에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협상단 대표인 백수현 전무도 협상에 앞서 반올림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사과 문제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욱 구체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입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4차 협상에서 사과 문제로 협상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소모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전자 "독립성 갖춘 중재기구 만들자" vs 반올림 "직접 협상 고수"

양측은 제3 중재기구(가칭 보상중재위원회) 설립과 보상 범위에 대해서도 충돌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독립성을 갖춘 제3 중재기구를 통해 보상과 관련된 기준과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반올림은 중재기구 설립에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올림 공유정옥 간사는 "보상위원회를 만들고 협의하느라 긴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는 지금 드러나 있는 피해자들을 신속하게 보상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직접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3의 중재기구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의 배경에는 '보상 범위' 문제가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3차 협상에서 현재 협상에 참여 중인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한 보상을 먼저 논의한 후 그외 제보자들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그 외 제보자들에 대해선 보상기준과 대상자를 선정하기 어려운만큼, 독립성을 갖춘 공신력 있는 전문기구를 통해 세부 사항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보상위원회에서 질병과 보상의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해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반올림 측은 협상에 참여한 8명 외에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한 근로자들에게도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평행선을 이어오고 있다. 공유정옥 간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신속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삼성이 진전된 보상안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백수현 전무는 "반올림 측의 요구사항은 산재보상을 신청한 모든 사람들에게 보상하라는 것"이라며 "산재 신청 사실만으로 보상을 할 수는 없는 만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위해 보상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시원서를 제출한 수험생들 모두에 대해 합격을 통지할 수 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올림 "고소·고발건 모두 취하해라" vs 삼성전자 "이미 했다…남은 건 다른 사안"

양측의 입장차는 반올림 활동가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소송취하 문제에서도 확인됐다.

황상기 유가족 대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반올림 활동을 도와준 분들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삼성전자가 고소한) 반올림 활동가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소송 4건을 모두 해결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협상에 참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연관된 반올림 활동가와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소송은 모두 취하됐다"며 "지금 남아있는 고소 건은 삼성전자의 협력사나 다른 사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날 협상에는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와 백수하 상무, 황상기 반올림 피해자가족 대표와 공유정옥 간사 등이 참석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5차 협상은 오는 30일 오후 1시 열릴 예정으로,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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