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삼우건축 인수 추진…지분구조 변화 '촉각'
삼성물산, 삼우건축 인수 추진…지분구조 변화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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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편입 유력…경영권 향방에도 '관심'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삼성물산이 국내 설계업계 1위 업체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후 그룹 내 건설 관련 계열사의 지분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삼우건축 인수를 위해 계열사 편입과 구조조정 방안 등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설계본부 700여명만 인수하고 나머지 500여명이 근무 중인 건설사업관리(CM)·감리분야는 떼어내 CM 전문기업 '삼우CM(가칭)'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시공사는 시공과 감리를 동시에 영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흡수합병보다는 지분만 인수하는 계열사 편입이 우세하다는 관측이다. 흡수합병을 할 경우 삼우건축이라는 회사는 없어지고 피인수기업의 사업과 인력은 삼성물산으로 통합되는데, 삼우건축이 '삼우'라는 이름을 그대로 살려두고 계열사로 편입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우설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물산의 계열사로 편입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다만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지분 정리가 끝나지 않아 인수 논의도 잠시 정지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국내 수위 건축사인 삼우건축을 인수하면 건설사로서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삼성ENG, 삼성중공업,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 등 여러 개의 건설 관련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설계와 관련된 계열사는 공식적으로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삼우를 인수 합병하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며 "삼우의 경우 업계 1위 업체이기 때문에 삼성 계열사로 편입되면 건설 및 엔지니어링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그룹 계열사들의 구조개편이 잇따르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인수라는 점에서 추후 건설 관련 계열사의 지분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들 건설 계열사들이 어떻게 정리될지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ENG 합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삼성중공업도 결국 통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중 누가 건설 계열사의 경영권을 가져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건축가협회장을 지낸 김창수 회장(현 경영고문)과 박승 회장(현 경영고문) 등이 1976년 함께 문을 연 삼우건축은 설계·감리 전문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2776억원을 달성한 업계 1위 업체다. 지난해에는 英 건축전문지인 '빌딩디자인'이 선정한 세계적인 건축업체 순위에서 8위를 기록,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삼성과 관련한 건축물 설계를 도맡아 '친삼성 설계업체'로 꼽혀왔다. 서울 태평로의 삼성생명 본관을 시작으로 서초동 삼성타운, 삼성미술관 리움, 삼성 서울병원, 제주 신라호텔 등 삼성의 상징적인 건물 설계에 대부분 참여했다. 또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삼성물산이 시공한 주요 아파트 설계도 대부분 손을 거쳤다.

이석호 공동회장(현 경영고문)과 권대혁 경영전략실장(현 부사장)도 삼성물산 출신이다. 이 같은 관련성 때문에 1999년 삼성의 '위장계열사' 논란이 일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도 받았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측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단계라며 인수와 관련해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업무상 두 업체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다보니 인수와 관련한 사안이 줄곧 제기됐다"며 "인수업체나 방법 등 어떤 것도 정해진 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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