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65% 가격 미표시…'반값' 상술에 악용
아이스크림 65% 가격 미표시…'반값' 상술에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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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에 판매되는 40개 제품의 가격 표시 현황(표=컨슈머리서치)
컨슈머리서치, 빙과 40개 제품 가격 표시조사

[서울파이낸스 남라다기자]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사는 김모(여)씨는 아이스크림을 50~80%까지 할인한다고 광고하는 마트를 찾았다. 김씨가 아이스크림 바, 콘, 슬러시 등 종류별로 골랐더니 총 1만9050원이 나왔다.

김씨는 할인이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2만원 가까운 가격이 나와 가게 주인에게 이유를 따져 물으니 권장소비자가가 적힌 몇몇 제품은 세일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말이 돌아왔다. 김씨는 "제품에 가격이 없으니 할인을 받는 건지 바가지를 쓰는 건지 알게 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수법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고질적인 '반값 아이스크림' 상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2일 발표한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 등 빙과 4사의 아이스크림 제품 40개(제조사별 10개씩)를 대상으로 '가격표시 실태' 조사 결과, 전체의 65%인 26개 제품이 권장소비자가를 표시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8월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금지한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폐지된 지 3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아이스크림 가격을 표시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업체별로 보면, 롯데푸드는 조사대상 10개 제품 전부 가격표시가 없었고, 빙그레는 10개 가운데 2개(참붕어싸만코, 투게더), 해태제과는 10개 중 3개(쌍쌍바, 브라보콘, 찰떡시모나)만 가격을 표시했다.

다만 롯데제과는 빙빙바를 제외한 고드름, 더블비안코, 설레임 등 10개 가운데 9개 제품(90%)에 가격을 표시해 가격 표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제품 중에서도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각사 대표 제품의 경우 이중 가격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롯데제과의 설레임·월드콘, 빙그레의 참붕어사만코·투게더, 해태제과의 부라보콘등 5개 제품은 가격 표시 제품과 미표시 제품이 시중에 함께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사들이 유통업체들의 입맛에 맞춰 선별적으로 가격표시를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가격표시가 없는 제품은 역시 유통업체들의 '반값' 마케팅 등 기만적 상술에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가격표시가 없는 제품은 유통업체들의 기만적인 반값 마케팅에 종종 악용된다. 예를 들어 가격 표시가 없는 600원짜리 제품이 '50% 할인' 제품으로 둔갑해 원래 가격인 600원에 판매되거나, 원래 가격이 1200원짜리 제품은 1500원에서 300원을 할인해 주는 것처럼 판매되기도 한다.

이와관련해 아이스크림 제조사들은 잘 알려진 제품이나 신제품 위주로 권장소비자가를 표시하지만, 판매처에서 가격표시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현숙 대표는 "반값 할인 등 과대광고 문제로 오픈프라이스제가 폐지된 지 3년이나 됐지만 업체들은 여전히 가격 표시에 소극적"이라며 "제조사들이 가격 표시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통업체의 기만적 상술을 부추겨 소비자 피해를 키우는 만큼 적극적으로 강제할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지난달 23∼2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강남구 개포동, 노원구 상계동, 강동구 천호동 등의 대형마트, 편의점, 개인슈퍼 12곳에서 구입한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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