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사외이사 63%는 4대 권력기관 출신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세월호 참사로 인해 '관피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대기업이 사정기관 출신 관료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권력의 '바람막이'로 악용하는 상황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상호출자제한 49개 기업집단 238개 상장사의 사외이사(1분기 기준) 출신 이력을 조사한 결과 총 750명 중 36.9%인 277명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8명에서 9명 늘어난 것이며 사외이사 전체에서의 비중도 35.4%에서 1.5%p 상승한 것이다.
특히 관료 중에서도 4대 권력기관인 법조(법원·검찰), 세무(국세청·관세청), 공정위, 감사원 등의 인사들은 같은 기간 165명에서 173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에서 62.5%의 비중을 차지한다.
권력기관 별로는 법조(법원·검찰) 출신 인사가 84명으로 가장 많았고, 세무(국세청·관세청) 50명, 공정위 24명, 감사원 15명 순이었다.
반면 학계와 재계 출신 사외이사는 381명에서 367명으로 14명(-4%) 감소해 그 빈자리를 관료 출신 인사가 대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신세계그룹이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가장 많이 포진시킨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무려 82.4%를 차지, 14명의 관료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푸드 등 전체 상장사의 절반이 넘는 4곳을 관료 출신 사외이사로만 채웠다.
이어 관료 출신 인사가 60% 이상인 그룹들로는 영풍(69.2%), 현대산업개발(66.7%), 롯데(65.5%), 동국제강(63.2%), CJ(60.7%) 등이었다.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세아, 삼천리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딱 절반을 차지했고, 두산(48%), OCI(46.7%), 현대(46.2%), SK(44.8%), 효성(42.9%), 현대중공업(40%), 아모레퍼시픽(40%), 태영(37.5%) 등도 평균치보다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반면 하이트진로, 이랜드, 미래에셋, 대우조선해양 등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전혀 없었다.
CEO스코어 측은 “관피아 역풍이 거세지만 대기업들조차 각종 규제 등 공권력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권력기관 출신 관료들을 대거 영입하기 때문”이라며 “사외이사가 대주주 일가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기업이 오히려 외풍을 막는 ‘바람막이’로 악용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