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알뜰주유소 입찰 눈치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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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입찰사 20일, 1부 우선협상자 23일 결정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향후 1년간 전국 1062개 알뜰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할 첫번째 입찰자가 20일 결정되는 가운데 정유업체간 눈치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그동안 삼성토탈이 독점해온 2부 시장에 대한 입찰과 함께 경유가 새로운 입찰 대상에 포함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부시장, 올해도 삼성토탈 독점?

한국석유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알뜰주유소의 3차년도 유류공급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1차적으로 20일 오후 2부 시장의 공급사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1부 시장은 오는 23일 입찰자 선정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발표한다.

지난 9일 공고된 3차년도 알뜰주유소 유류공급 입찰은 농협과 석유공사에 총 12억ℓ규모의 휘발유·경유·등유를 공급하는 1부 시장과 석유공사에 총 4억ℓ의 휘발유·경유를 직접 공급하는 2부 시장으로 나뉜다. 1부 시장은 3종의 유류를 직접 알뜰주유소로 배송할 수 있는 정유사만을 대상으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신설된 2부 시장은 정유사와 수입사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석유공사는 별도의 2부시장 입찰 없이 삼성토탈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휘발유를 독점 공급받았다. 그러나 '정부가 삼성토탈에만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정유사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올해부터는 정유사와 수입사 모두 참여 가능한 2부 입찰 시장이 형성됐다. 휘발유와 함께 경유도 새로운 입찰 대상으로 포함됐다.

이처럼 다수의 유류공급사 참여 유도를 통한 경쟁촉진과 공급자 다원화를 위해 2부 경쟁입찰을 실시한다는 석유공사의 의도와는 달리,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휘발유 부문 만큼은 삼성토탈의 독점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토탈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를 만드는 여타 업체와는 달리 쏠벤트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휘발유를 추출한다"며 "완성품은 같지만 원료와 생산비가 현저히 적게 들어 다른 정유사들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우수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이 제로 마진을 감내하면서까지 낮은 가격을 써내지 않는 한 정유사들이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경유의 경우는 삼성토탈도 올해부터 처음 생산하는 만큼 다른 경쟁사들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가격적인 측면에서 불리한 정유사들이 2부 시장에 참여함으로 인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4억ℓ가 국내 시장에서 적은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입찰 참여를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 4사 결국 '제로마진' 경쟁?

이날 2부 낙찰자 결정에 이어 오는 23일에는 입찰 자격을 갖춘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 중 1부 공급사를 결정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정유4사 가운데 휘발유·경유·등유 등 3개 유종의 공급 가격을 가장 낮게 책정한 1개 업체가 우선 협상을 진행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1부 시장은 유종이 아니라 중부, 남부 두 지역으로 기준을 나눠 입찰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공급 가능한 유통망 규모와 책정 가격에 따라서 우선 협상을 진행한 1개 업체가 중남부 지역의 공급을 독점할 수도, 2순위 업체가 경쟁우위를 가진 한 지역의 공급을 나눠 맡을 수도 있다.

문제는 경쟁입찰방식 자체가 '제로 마진'에 가깝게 쓴 업체가 우위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유사들의 무리한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종과 가격은 이미 정해진 상태"라며 "결국 플러스 알파에 해당되는 마진과 운송비를 최대한 적게 책정하는 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유사들은 마진을 보지 못할지언정 피 튀기는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알뜰주유소의 공급권을 획득했던 현대오일뱅크와 S-OIL의 내수 시장점유율이 1~2위 정유사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에 비해 현저히 급증하는 현상을 정유사 모두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계는 수출이 내수 판매를 크게 상회할 만큼 포화 상태인 시장"이라며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이 회사 경쟁력 확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마진이 제로(0)에 가깝더라도 입찰권을 따내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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