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실적공사비 폐지' 탄원서 제출
건설업계, '실적공사비 폐지' 탄원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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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쟁은 커녕 공사비삭감 도구 전락"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이번에 탄원서를 제출한 16개 건설단체의 바람은 딱 하나입니다. '제값주고 제대로 시공하자'는 것이죠. 정부나 발주처는 예산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현실과 동떨어진 실적공사비를 일방적으로 공사비를 삭감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만 있습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건설협회 등 16개 건설단체는 공공공사 발주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실적공사비' 폐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정부기관에 제출했다. 실적공사비는 공사 예정가를 이미 수행한 유사공사 표준공종별 계약단가에 각 공사 특성을 감안해 조정한 뒤 산정하는 제도다.

이들은 정부 및 발주자들이 예산절감을 이유로 여건에 맞지 않는 실적공사비 제도를 도입해 '공사비 삭감도구'로 오용하고 있어 건설, 주택, 전기, 정보통신업계는 적자시공은 물론, 분야별 하도급업체와 현장 근로자들까지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부분별한 실적공사비 적용은 부족한 공사비로 인해 결국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실적공사비 제도는 원천적으로 현실 시장가격을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발주자와 건설업자 간 체결된 '계약서상의 단가', 즉 낙찰률을 적용한 단가를 활용하고 있어 계단식으로 지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령 최초 설계금액 100원에 낙찰률 80%가 반영되면 설계금액은 80원이 되고, 다시 80%의 낙찰률을 적용하면 설계금액은 64원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2004년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공사비지수는 64.6%가 오르고 노무비지수도 56.8%나 상승했지만, 173개 공종의 실적공사비는 평균 1.5% 하락했다.

건설단체들은 "우리나라 입찰과 낙찰제도는 선진국처럼 실제 시공가능한 금액으로 입찰하는 방식이 아니라 항상 예정가보다 일정비율 낮은 금액으로 입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계약단가에 과거의 낙찰률이 반영돼 결국은 실적공사비가 구조적으로 하락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비정상적 구조임에도 정부가 계약단가를 활용, 실적공사비를 도입한 것은 공사비 삭감을 위한 일방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건설단체들은 실적공사비 도입 취지였던 '업체간 기술경쟁 촉진', '시장가격 반영'은 오히려 낮은 공사비로 인해 고사 직전에 몰려 기술경쟁은커녕 공사수주를 위한 가격경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제도 보완만으로는 근본적 개선은 불가능한 만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개선책을 마련했으나 적정공사비와는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실적공사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2년 적격심사공사에 대해서는 설계단가와 5% 이상 차이 나는 계약단가를 실적공사비 수집에서 배제하도록 했다"며 "개선 이후에도 실적공사비 단가는 낙찰률에 의해 적격심사공사는 여전히 5%씩 하락하고 턴키와 기술제안입찰은 계단식으로 하락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시장가격을 기초로 도입한 단가조정제도 역시 하도급 계약단가만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실적공사비는 계속해서 현장에서 멀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실적공사비 적용으로 인한 부족한 공사비가 무리한 공기단축이나 안전관리 비용 삭감을 조장하고 저임금 미숙련 노동력이나 저금자재 사용을 부추겨 부실공사 및 대형사고 위험성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현실적 실적공사비로 인한 공사비 삭감은 건설업체들이 품질과 안전관리보다 원가관리에만 집중하게 만든다"며 "무리한 공사시기 단축과 안전관리비용 삭감으로 건설근로자의 산재발생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적자시공 우려는 저가 불법하도급으로 이어지고 그 부작용은 자재·장비업자 및 근로자에게 전사돼 사회취약계층의 생활기반을 위협하며 모두를 공멸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건설산업 정상화를 위해 실적공사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실적공사비 폐지를 요청한 16개 건설단체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해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설비건설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건설기계협회 △한국골재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전기공사공제조합 △정보통신공제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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