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학계 "국민銀 내부갈등도 낙하산 인사 탓"
정치권·학계 "국민銀 내부갈등도 낙하산 인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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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금지법' 논의 촉발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의 내부 갈등을 계기로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계에서는 '낙하산 인사 금지법' 도입 등을 내세우며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금융부문 낙하산 인사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주관하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김기준 의원, 금융경제연구소가 주최했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최근 KB금융에서 사실상 낙하산으로 임명된 지주회사 회장과 KB국민은행 간의 갈등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며 "경영진에 외부 출신들이 많다 보니 KB사태와 같이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증된 능력과 실적 중심의 금융권 경영진 인사 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외부 인사를 수혈하면 조직 활력에 도움이 된다고 원론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단점이 있다"며 "특히 금융분야에서 낙하산 인사가 빈번한 것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으로, 감독당국의 지대추구 행위가 자연스럽게 금융기관 낙하산 인사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 전 교수는 금융기관 내부개혁과 관련한 '3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그는 금융기관 임원 자격 요건을 3년 이상 금융분야 종사자로 강화해 터무니없는 무자격자의 입성을 방지하고, 대표이사 및 감사의 연대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금융지주회사 및 그 임원의 자회사 경영관리 업무에 대한 감독책임과 손해배상 책임을 명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일어난 금융회사 및 자회사 간의 마찰은 임원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데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전 교수의 분석이다.

토론자로 나선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이슈가 된 (KB금융) 경영권 투쟁은 낙하산 인사의 좀 더 진화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문성이 쌓이면서 금융이 발전하는 부분이 없어지고, 단기 업적주의가 득세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 시스템의 척결이 가능한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금융사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어떤 근거로 해당 임원을 승인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CEO 선임 시스템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 이후의 평가와 책임 추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낙하산 인사로 인한 지대를 정치권과 감독당국이 향유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는 철저히 소외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문제의 원인을 낙하산 인사에 초점을 맞추면 '꿀단지를 누가 나눠먹을 것인지'에 대해서만 논의가 이뤄진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지배구조의 잘못된 관행으로, 낙하산 인사를 철폐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하루 아침에 바뀔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제도적으로 법을 고쳐야한다고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데, 진짜 제도의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며 "여러 관행과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외부의 감시와 평가, 통제기능 활성화 등의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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