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교체 입장 '평행선'…국민銀 갈등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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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30일 감사위원회서 진상조사위 안건 상정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국민은행의 내부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번주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논의하는 이사회가 재개될 예정이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오는 30일 열리는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에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의 건을 직권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감사위원 측이 제기한 의혹을 풀기 위해 우선 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금감원 특별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은행 내부에서 진상조사기구를 또 다시 만드는 것은 당국의 검사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3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사외이사들은 이같은 안건을 올리려 했지만 정 감사위원이 강경하게 반대하며 무산됐다.

당시 정 감사위원은 이사회에서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우선 채택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의 견해차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지난 이사회에서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감사위원회 소속 사외이사들은 30일 열리는 감사위원회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안건을 다시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진상 조사가 시작되면 KB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을 기존 IBM 메인프레임 기반에서 유닉스 체제로 교체하는 작업은 사실상 무산된다. 조사위 구성 여부를 제쳐두고서라도 이미 KB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작업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주 진행된 KB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아웃소싱 업체 입찰에서는 SK C&C만 단독으로 입찰하며 유효경쟁이 불성립됐다. 이에 은행 측은 현재 재입찰을 진행하고 있지만, 제안서 마감일(28일)까지 추가 참여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거듭되는 내홍으로 유닉스 시스템 교체가 무산될 소지가 큰 상황인 데다, 30일 열리는 이사회 논의 결과를 알지 못하는 시점에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을 방문해 이 행장, 김덕수 KB국민카드사장, 윤웅원 KB금융지주 전략재무담당 부사장, 김재열 전산담당(CIO) 전무, 정병기 상임감사위원, 박지우 KB국민은행 부행장 등과 긴급 회의를 열었다. 최근 임 회장은 일련의 내분 사태를 이 행장과 이사회 측에 맡겨왔다.

임 회장은 회의에서 "은행에서 이사와 협의해 처리해야 할 이슈가 외부로 표출돼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주주와 국민의 신뢰가 실추됐으며 그룹이미지가 추락했다"며 "개인의 입장을 떠나 오는 30일 이사회에서 원칙과 절차를 존중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주 이사회에서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사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감원은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 대한 특별검사에 돌입했으며, 내달 양사의 전반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등에 대해서도 정밀 검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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