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울증 걸린 여의도
[기자수첩] 우울증 걸린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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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여의도 증권가에 확산되고 있는 우울증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분위기다. 활기를 띠어야할 증권가가 수년째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한 때 취업희망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증권맨들도 언제 불어닥칠지 모를 구조조정 삭풍에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증권가에 팽배한 우울증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2011년 사무금융노조가 사무금융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우울증 관련 조사에 따르면 총 5632명의 응답자 중 3301명(58.6%)이 우울증 증세가 있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심리 상담이 필요한 중증도 우울증과 고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은 각각 847명(15%)과 648명(11.5%)으로 전체의 26.5%나 됐다. 정상으로 나타난 사람은 2331명(41.4%)으로 절반이 채 못 됐다.

물론 일부는 과도한 업무와 실적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했겠지만, 3년 전과 비교해 지금이 더 나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 최근 수년간 인력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증권맨들의 우울증 강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우울증 조사 다음해인 2012년 증권사들은 일제히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1253명의 임직원을 해고했다. 지난해에는 강도가 더욱 세져 무려 2561명의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야했다. 이로써 지난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 4만4000여명에 달했던 증권사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4만명 수준까지 줄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선망의 대상이었던 증권맨들이 돌연 '사기꾼'으로 돌변하는 사건사고도 빈번해졌다. 범죄의 원인을 환경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주변환경이 어려울수록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기도 하다.

맹자도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고 했다. 하물며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사 직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면 더욱 항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도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증권업계의 집단 우울증이 하루빨리 해소되기 위해서는 업계 공동의 전향적 노력과 합의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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